한미FTA, 8월 국회서 비준돼도 공정거래법 개정 못하면 ‘발효 불발’

  • 동아일보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한미 FTA 실행을 위한 부수법안 일부가 발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수법안 처리에 대해 여당 내부에도 이견이 있어 정부와 국회가 법안 처리에 서두르지 않으면, 비준동의안이 여야 몸싸움 끝에 기껏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을 수도 있다.

20일 국무총리실이 한나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 이행을 위한 부수법률 총 25건 중 협정 발효 전에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한 이행법률은 22건이고 그중 8건은 이미 2007년부터 올해까지 제정과 개정이 완료됐다. 아직 12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며, 약사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 2건은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미제출 법안 중 핵심 쟁점은 동의명령제(동의의결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동의명령제란 중대하지 않은 공정거래사건에 대해 기업이 자백과 함께 시정방안을 제출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타당성을 검토한 뒤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미국과 동의명령제를 도입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에 서둘러 법안을 마련해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수법안의 입법완료는 한미 FTA 효력 발생을 위한 전제조건과 같다”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사전 처리되지 않으면 한미 FTA 전체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협정문 24.5조에서 FTA의 발효 조건에 대해 “이 협정은 양 당사국이…법적 요건 및 절차를 완료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통보를 교환한 날부터 60일 후…발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 FTA 비준안 국회 처리가 가까워오자 공정위는 다급해졌다. 18일 오후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와 처리를 협의하기 위해 예정에 없이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 홍준표 대표를 면담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한미 FTA 때문에 동의명령제를 도입하게 되면 형사주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수년째 법안 제출을 미뤄왔다. 2008년에도 정부가 동의명령제를 담은 법안을 제출했지만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이 “검찰 공소권과의 충돌로 권력분립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반대해 법안이 철회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정위가 한미 FTA를 구실로 도입하고 싶었던 동의명령제를 밀어붙이려 한다”면서 “FTA 협정문에는 기업에 대한 민사·행정적 집행조치만 거론하고 있지 형사처벌에 관한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공정위의 해석을 반박했다. 그는 “동의명령제를 도입하려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이 인지수사하지 못하는 독점 고발제도)을 폐지해야 권한을 남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제출 법안 중 하나인 약사법에 대해서도 정부는 최근 한나라당에 제출한 자료에 “(9월) 정기국회 전 국회 제출 예정”이라고 분류하고 있었다. 홍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 신임 당 지도부가 “8월에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일정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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