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법무장관 기용 여부 놓고 MB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3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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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마음은 일단 권 수석의 법무 장관 기용 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최종결심을 하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조합을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하는 기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검증은 벌써 끝났고 마지막 조합만 남아있다"면서 "대통령의 참모가 바로 장관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이나 모두 대통령 참모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권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이 총선·대선을 앞두고 선거 중립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 논리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난센스(이치에 맞지 않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임명되는 장관이 총선, 대선까지 한다는 보장이 있느냐"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이동은 선거관리의 중립성 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권 수석을 법무장관에 내정했다가 만의 하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등에 힘입은 정국 반전의 호기를 놓칠 수도 있다.

이 같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립'을 자처하는 한나라당 쇄신파는 이미 권 수석의 법무장관 지명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고, 친박계는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 기류도 감지된다.

친박계 한 의원은 "여야가 '회전문 인사'라며 강하게 반대하는데도 구태여 권 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특히 대통령의 참모가 임기 말 법무장관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낮 열린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남경필 최고위원은 이 같은 우려를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남 최고위원은 "당내에 부정적 의견이 많으므로 충분히 제고해 달라"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청문회 통과가 중요한 관건인데 최종 결정 전에 홍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해 처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여당의 의견을 어느 정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향후 한나라당 내 기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홍 대표는 과거 검찰에서 인연이 있었던 권 수석의 장관 기용에 긍정적이지만, 남 최고위원은 '반대',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은 '우려'의 견해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법무장관은 독립된 수사권, 감사권을 가진 검찰총장, 감사원장과는 다른 자리로 법무장관은 법무 행정을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문제가 없다면 청와대 수석이 법무장관에 가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과거 대통령의 사정작업을 참모로서 담당했던 측근이 법무장관에 왔을 때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참여정부 때도 있었다"면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측근인 김정권 신임 사무총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당내 많은 의원들이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권 수석의 법무 장관 기용을 위해 한나라당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의 반대가 심해질 경우 사정 라인 개편이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역 안배 문제도 인선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검찰총장에 TK(대구ㆍ경북) 출신이 낙점될 경우에는 같은 지역 출신인 권 수석을 법무 장관에 기용하기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대구 출신인 권 수석을 법무 장관에, 수도권 출신인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서울) 또는 차동민 서울고검장(경기)을 검찰총장에 내정하는 조합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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