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찾은 톨리포르스 스웨덴 국방장관 동행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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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조사결과 제한적 동의, 北소행 부인 아니다”

판문점 인근의 ‘제3땅굴’은 어둡고 축축했다. 스텐 톨리포르스 스웨덴 국방장관(45)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왕복 500m 갱도를 잔뜩 숙인 자세로 움직였다. 키가 183cm인 그에게 150cm 높이의 땅굴은 너무 낮았고 폭도 좁았다. 천장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에 양복까지 젖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땅굴 속을 유심히 살피며 동행한 장병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북한 문제를 더 깊고 진지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스웨덴 국방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한국을 처음 찾은 톨리포르스 장관은 이날 제3땅굴 외에 도라산 전망대와 비무장지대, 판문점을 잇달아 방문했다. 양국의 국방 협력을 논의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의 오전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져 빡빡하게 진행된 일정이었다. 동아일보는 영자지를 제외한 국내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동행했다.

톨리포르스 장관은 판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공동조사에 참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는 것은 (6·25전쟁 이후) 60년 가까이 계속돼온 스웨덴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6·25전쟁 당시 최초로 의료지원단을 한국에 보냈으며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에 자국 군을 파견해 아직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공동조사 때는 4명의 전문가를 파견했다.

다만 당시 공동조사를 진행한 미국과 호주, 영국이 보고서에 전면 동의한 반면 스웨덴은 “스웨덴 팀이 참가한 부분의 내용에 대해서만 동의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결과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북한의 소행임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톨리포르스 장관은 이에 “좀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며 “당시 우리의 임무는 기술적 평가(technical evaluation)를 하는 것이었지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과학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침몰 원인을 밝히는 작업 △정보기관의 첩보와 여러 정황을 근거로 사건의 행위자를 밝히는 작업 등 두 갈래로 이뤄졌던 당시 조사에서 스웨덴은 앞부분만 참여했다는 것. 따라서 공격 주체를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웨덴의 ‘제한적 동의’가 북한의 소행임을 부인하는 것처럼 해석됐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은 스웨덴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스웨덴이 서울뿐 아니라 평양에도 대사관을 두고 있는 중립국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남북 관계를 묻는 질문에 “나는 모든 한국인들의 절친한 친구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주의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고 이를 역행하는 것에는 매우 비판적이다”라며 조심스럽게 북한을 겨냥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추정일 뿐인 상황을 논하기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톨리포르스 장관은 한-스웨덴의 오랜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6·25전쟁 참전자들을 만난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간호사로 한국에 파병됐던 88세 할머니와 이 대통령의 만남은 감동적이었다”며 “그들이 6·25전쟁에 대해 여전히 강한 기억을 갖고 당시 경험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톨리포르스 장관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한-스웨덴 의원친선협회장을 지냈던 스웨덴 내 ‘지한파’이기도 하다. 그는 “양국이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더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한국과의 국방 전문가 교환,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의 공유 등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판문점=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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