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초청 못받은 정치인들, 보좌관 보내 앞자리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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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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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 “별도 배려 없다”… 소개도 안해정치인 연등에 당초 직함 빼기로 했다가 써넣어

‘불심 잡기’ 나선 여야 지도부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정치권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왼쪽부터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박인주 대통령사회 통합수석비서관, 오세훈 서울시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 박진 한나라당 의원,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불심 잡기’ 나선 여야 지도부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정치권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왼쪽부터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박인주 대통령사회 통합수석비서관, 오세훈 서울시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 박진 한나라당 의원,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조계사에 걸린 정관계 인사 연등 직함을 넣지 않는다는 총무원 지침에도 불구하고 직함을 사용한 조계사 대웅전 앞의 정치인 연등.
조계사에 걸린 정관계 인사 연등 직함을 넣지 않는다는 총무원 지침에도 불구하고 직함을 사용한 조계사 대웅전 앞의 정치인 연등.
10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불심(佛心)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예고했던 대로 조계종이 정치권 인사를 초청하지 않았음에도 이날 행사에는 정치권의 비중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서는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와 박진 나경원 조윤선 의원,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이 행사장을 찾았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인주 대통령사회통합수석비서관, 오세훈 서울시장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

조계종은 지난해 12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이후 정부, 여당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가 최근 정치인의 신앙 활동을 위한 사찰 출입은 허용하지만 의전 배려는 없다고 공언해 왔다. 이전에는 단상 옆의 ‘VIP석’에 앉아 헌화 등의 식순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날은 보좌관 등 30여 명이 행사 시작 1시간 반쯤 전에 도착해 단상 아래 앞줄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조계종의 한 인사는 “초청하지 않아도 정치인들이 우비를 입은 채 비를 맞아가며 행사에 참석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법요식에 앞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정중하게 거절했다는 것이 총무원의 설명이다. 그 대신 자승 스님은 조현오 경찰청장 부부만 만나 최근 연등행사가 경찰 도움으로 무사히 치러진 것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행사에 이어 총무원에서 열린 다과회에서도 황 원내대표와 손 대표 등이 자리를 지켰지만 별도의 소개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불자의원들의 조계사 법회와 이명박 대통령의 봉축 축하 서한, 사찰 관련 법률안 개정 움직임 등이 이어지면서 달라지고 있는 불교계 분위기도 이날 법요식에서 감지됐다. 의전은 없었지만 총무원에 정치인들이 대거 방문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조계사 대웅전 앞의 정치인 연등에 직함이 쓰인 것도 상징적인 일로 비쳤다. 이날 연등은 대웅전 중앙부터 오른쪽으로 대통령 이명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국회정각회, 민주당 대표 손학규, 자유선진당 대표 이회창, 조계사 신도회장 지승동, 통일교 세계회장 문형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근혜,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진, 민주당 국회의원 이미경, 대통령실장 임태희 등의 순서로 걸려 있었다. 총무원은 이 연등의 경우 직함 없이 이름만 쓴다는 봉축 지침을 고수해 왔다.

총무원 측은 “조계사에서 연등을 담당해 자세한 사정을 모르겠다”고 했지만 조계사 측은 “지침이 있어 고민하다 이름만 쓰면 어색해 직함을 넣었다”고 밝혔다. 조계사 측은 “정치인 연등은 비용을 내지 않아도 3부 요인을 차례로 배치했으나 이번엔 비용을 낸 경우만 연등을 걸었다. 이 대통령 외에는 불교계와의 관계, 당 대표, 다선의원 등 나름의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다”고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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