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서울 核정상회의에 김정일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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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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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北비핵화 합의 전제로… 獨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독일 총리관저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청와대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독일 총리관저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청와대사진공동취재단
독일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북한이 핵 포기를 진정하게, 확고하게 하겠다는 점을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 26, 27일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대하겠다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시내 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렇게 한다면 북한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비핵화 합의’ 수준에 대해 “남북 비핵화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에 대한 모종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고, 6자회담에서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 성격의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임을 인정하고 언제까지 UEP를 포함한 전체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인지를 밝히는 걸 전제로 6자회담에 나오면 된다는 것이다.  
▼ MB “한반도에 핵 있으면 통일 지연될 것” ▼

‘독일 통일의 상징’ 앞에서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9일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베를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독일 통일의 상징’ 앞에서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9일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베를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는 북한과의 물밑 접촉 여부에 대해 “북한과 얘기된 것은 없고, 미국 백악관 측과는 북한 초청 문제에 대해 가볍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유치 특별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 초청 여부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2010년과 2011년, 2년 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서 세계의 합의된 사항을 따른다면 저는 기꺼이 초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남북관계가 더욱 꽉 막힌 상황에서 김 위원장 초청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1년 전과는 시기적으로 의미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지난해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한 것이고 이번엔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진정성의 전제는 북한이 테러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이 사과는 진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다자회의에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건강 문제도 걸려 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실현 가능성보다는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안’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 대통령은 베를린 시내 도린트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한반도에 핵이 있다는 것은 통일을 지연시킨다. 핵무기를 가지고 통일이 됐을 때 이웃 나라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조했다. 이어 “통일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이뤄져야 하고) 결과적으로 민족을 부흥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가져올 것이다. 계산을 따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을 시찰하고 “그토록 두꺼웠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적 현장에 와 보니 대한민국의 소원인 통일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선 “남과 북 사람들이 엉켜서 축배를 들고 축가를 부를 수 있는 순간이 언제일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생각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를린=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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