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개각]與기류 살피던 靑, ‘반란’ 감지되자 ‘류우익 카드’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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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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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산(難産)을 거듭한 이명박 대통령의 ‘5·6 개각’은 역설적으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 발표를 앞두고 종일 오락가락, 엎치락뒤치락했다.

통일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의 ‘단수 후보’로 입각이 유력했던 대구경북(TK) 출신의 류우익 전 주중대사와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TK 편중 및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 시비를 피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 한나라당 반란의 영향?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명식 인사비서관이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보고할 즈음 청와대 안팎에선 “오늘(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도 개각 내용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류우익 통일, 권재진 법무장관 카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으니…”라며 한나라당 기류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실제 이날 오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한 친이(친이명박)계가 완패한 것으로 나타난 뒤 류 전 대사와 권 수석 중 1명이 빠지거나 둘 다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5시경 법무장관이 이번 개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먼저 돌았다. 권 수석은 법무장관 영순위인 만큼 꼭 이번이 아니라도 8월경 검찰총장 인사와 맞물려 함께 인사를 하면 되지만 류 전 대사는 이번에 입각하지 못하면 더는 ‘기회’가 없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곧이어 통일장관이 바뀌면 대북정책 기조 변화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통일장관도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의 핵심 참모가 통일장관 유임을 확인한 것은 오후 6시경이다.

결국 임 실장은 오후 7시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통일과 법무장관 유임을 발표했다. 그는 “법무부는 현재 여러 가지 진행되는 현안이 있고 검찰총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검찰 인사와 함께 검토하는 게 맞다고 봤다. 통일부도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류 전 대사와 권 수석 둘 다 입각할 것이라는 하마평이 나오자 한나라당 내에서 ‘그러면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다. 한번 해봐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런 기류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류우익 향후 거취는

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친정체제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류 전 대사가 이번 개각에서 빠지면서 향후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불투명해졌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측과의 알력설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장관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권 수석은 8월 법무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선 권 수석은 현재의 자리에 유임시키고 8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후임을 TK 인사 중에서 찾겠다는 뜻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검찰총장으로는 박용석 대검 차장(경북 군위)과 노환균 대구고검장(경북 상주)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어떤 방식이 됐건 집권 후반기 검찰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을 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 ‘일’ 중심 개각


이번 인사에서 이 대통령은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17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성균관대 교수 출신으로 정치색이 옅은 ‘정책형’ 인물로 평가된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과학계 여성 인사이고 나머지 3명의 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언론 하마평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전현직 관료 출신이다. 또 지역적으로도 충북(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강원(유영숙 환경부 장관 내정자) 등을 넣어 ‘TK 독식’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특히 이번에 입각한 5명은 모두 출신 지역이 다르다.

이번 인사는 전반적으로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내각의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에서 벗어났다. 이 대통령이 초당적 입장에서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죽도 밥도 아니다. 눈치 보기 인사로 부처가 제대로 장악이 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도 적지 않다.

○ 경제수장 돌고 돌아 ‘MB맨’으로

개각 발표를 놓고 혼선이 빚어진 데는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후임이 마땅치 않았던 점도 큰 이유였다. 언론 하마평에 오른 후보자들이 모두 딱 떨어지는 인사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호남(전남 보성) 출신으로 ‘52세 경제수장’ 전격 발탁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역시 ‘연조’가 너무 낮다는 게 최대 약점이었다. 최중경 산업자원부 장관(행시 22회), 김석동 금융위원장(행시 23회) 등이 모두 행시 선배들이어서 ‘경제팀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다시 박병원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행시 17회)이 부상하기도 했다.

김영주 전 산업부 장관(행시 17회)을 천거한 이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인이 고사한 데다 공직을 그만둔 지 오래됐고 2008년부터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재직해 온 점이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대통령은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영원한 MB맨’인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탁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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