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모든걸 내 중심적으로 생각한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5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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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특채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지난해가을 갑작스럽게 장관직에서 물러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중이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초 사퇴한 뒤 10월 중순 스탠퍼드대로 건너와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지난 4개월여간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 전 장관은 24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이 대학 한국학프로그램 창설 10주년 기념세미나에 오찬연설을 하는 등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 전 장관을 오찬 연설 이후 만났다.

-언제 스탠퍼드대에 오셨나.

▲지난해 10월에 왔다.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한게 4개월이 됐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5월말까지는 있다가 들어갈 것 같다.

-객원연구원으로서 무엇을 하시나.

▲스탠퍼드대에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를 비롯해 북한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끝난게 아니라 이제 시작 같다.

여기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에 여러 북한 전문가가 있어서 지난 20년간의 대북 핵협상 전체를 리뷰하는 기회를 많이 갖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기회만 되면 설명을 하고 있다. 자꾸 우리가 터프하고 강경하다고 오해를 하는데, 이 대통령은 상당히 실용적이지 강경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미국 학자가 쓴 모든 자료를 다 읽어보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우라늄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 하는지, 또 북한과 `인게이지(engage.관여)'를 다시 할 것인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전략적 인내심 하에서 북한을 계속 무시할 것인가. 그럴수도 없을 것이지 않나. 전략적 인내심이 워싱턴에서도 많이 논의가 되고 있죠. 북한과 계속 이렇게 해야 하느냐. 뭘 대화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좀 더 강하게목을 조여야 하느냐가 워싱턴에서 상당히 고민이 될 것이다.

-지난해 가을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내가 다 모든 걸 내 중심적으로 생각한 거죠.(유 전 장관은 심경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고개를 흔들다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어쨌건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당시 인사 불공정의 대표적 사례로 돼서.

▲그건 좀 나도 섭섭한데요.

-작년에 갑자기 출국하면서 국회에서 말도 좀 나왔는데.

▲그때 분위기가 내가 뭘 국회에서 잘했다고 이렇게 할 분위기도 아니고..내가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고 나간 것이다. 다른 외교부 직원들에게 누가 안되도록 빨리 사표를 낸 것이다.

-외교부에서 요즘 여러 개혁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일절 외교부 본부와 연락이 없다. 부담을 느낄까봐. 인사발령도 보지 않는다.

-오찬연설에서 북한이 짓고 있는 영변 원자로 안전성 문제를 걱정했는데.

▲북한이 무슨 기술이 있나. 경수로를 건설한 적이 없지 않나. 방사능 오염 사고라도 나면 큰 문제가 날 것이다. 경수로 기술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대통령도 기회가 되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직접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상당히 긍정적인 것 아닌가. 그런데 북쪽 시스템이 그게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의지가 잘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5월 말에 들어가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아직은 뭐 정해진 것이 없다. 강의 같은 것을 할지... 대학 같은 곳에 자리를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갖고 책도 읽고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있다. 사무실도 매일 나온다.(유 전 장관은 이후 1-2평 남짓한 자신의 연구실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책상 위에 노트북 컴퓨터 한 대가 놓인, 햇볕이 들어오는 조그만 연구실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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