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자위대 발언’에 당국자들 “뜬금없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2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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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협의 전혀 없어"…국내정치용 발언 관측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1일 한반도 유사시 납북 피해자 구출을 명분으로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한국 측과 논의하겠다고 발언한데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한마디로 "뜬금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된 적이 없는데다 일본 내부에서 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안보현안을 일본 내각수반이 공개석상에서 불쑥 제기한 것이 당혹스럽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한일간에 이 문제에 대해 협의된 바가 없으며 일본 측으로부터 제기된 게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일본 내에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자위대가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이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이는 일본 자체의 논란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코멘트하거나 판단할 입장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어느 나라나 유사시 자국민의 후송에 대해 관심은 가질 수 있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이런 발언이 자칫하면 정세가 긴박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적절한가에 대한 생각은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의원내각제여서 특정 이해단체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오디언스에 따라 특정한 이야기가 강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본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굉장히 정치화된 조직으로 이들과의 대화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정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우리 정부와 사전에 전혀 상의가 없었다"며 "민감한 안보현안에 대해 일본 총리가 그 같은 발언을 불쑥 꺼낸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실성 있는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군 당국도 일본 총리의 자위대 파견 발언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유사시 자위대 파견은 들어본 바 없고 거론이 된 적도 없으며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납북피해자 가족들과 간담회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종의 '실언'으로 보이며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특히 일본 언론 대다수가 헌법상의 문제를 들어 비판하는 것을 보면 간 총리가 충분히 생각하고 내놓은 발언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외교에서는 간 총리의 이번 언급이 일본 국내를 겨냥한 정치적 성격의 해프닝성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권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민주당 정권이 연평도 사건 이후 국내 보수층을 겨냥해 내놓은 돌출발언이라는 것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국내 정치용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이번 발언을 최근 일본 측이 한·일 방위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들도 대두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일본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동맹을 한층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과의 방위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일본 민주당 정부의 향후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선 한·미·일 연합훈련 등 일본과 직접적인 군사교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한미동맹체제 속에서도 충분한 연습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일본을 훈련에 참가시키는 문제는 중국 변수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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