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우라늄핵무기 만드나…차원다른 위협 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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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방북한 미국 핵 전문가에게 수백 개의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것은 기존의 플루토늄 방식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을 통해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물론 북한 당국자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밝힌 대로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실제로 가동 중인지, 또 언제부터 어느 정도 규모로 가동했는지 등 불명확한 사실들이 많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위협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변하는 것이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 대다수 안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개발은 플루토늄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1994년 북미 기본합의나 6자 회담의 불능화 합의는 모두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북한은 5㎿급 흑연감속로인 이 핵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왔다.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원자로 가동-연료봉 냉각-핵물질 추출'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영변의 핵시설은 2007년의 부분적 불능화 조치로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북한이 작년 4월 이 시설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실재적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원심분리기는 플루토늄과 함께 핵무기 제조 원료로 쓰일 수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북한은 새로 건설 중인 경수로발전소에 쓸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한 설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가량 북한의 주장대로 2천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춰다면 대략 1년만 완전 가동해도 원자폭탄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25¤30㎏의 HEU를 농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HEU로 핵무기를 만들면 플루토늄보다 과정이 간단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군사적 측면에서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핵 전문가는 "HEU를 쓰면 플루토늄 방식에 비해 핵무기 제조와 보관이 훨씬 쉽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정밀하고 복잡한 기폭장치를 써야 하는 플루토늄 방식과 달리 HEU핵무기는 단순한 장치로도 폭발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만큼 HEU를 농축한 뒤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기술까지 완성 단계로 끌어올리면 정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아직 어느 정도 위협이 될지 불확실하지만 북한의 이번 '원심분리기 공개'는 일종의 '몸값 높이기' 전술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천안함사건 이후 국제적 제재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 테이블로 미국 등 주요 서방국들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카드'라는 설명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평화적 이용의 구실을 내세우면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한 것 같다"면서 "아울러 (미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북 전문가도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내세워 미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북미간) 협상이 다시 열리면, 제네바 합의 때와 같이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느냐 마느냐 차원을 넘어서,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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