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유일한 40대 선출직 최고위원’ 나경원-이인영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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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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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野386 투쟁 잘하지만…”… 이인영 “여당할때 사고 쳐라”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오른쪽)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40대 정치인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두 사람은 40대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정치권을 바꾸기 위해 ‘사고를 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오른쪽)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40대 정치인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두 사람은 40대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정치권을 바꾸기 위해 ‘사고를 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나라당 나경원,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두 당의 유일한 40대 선출직 최고위원이다. 나 최고위원은 1963년생, 이 최고위원은 1964년생. 두 사람 모두 격동의 1980년대 초반 대학을 다녔다. 그 후 한 사람은 ‘사법시험→판사’, 한 사람은 ‘총학생회장→재야활동’의 길을 걸었다. 한동안 상이한 삶의 궤적을 그려온 두 사람은 이제 한국 정치의 내일을 열어가야 하는 자리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이 만나 ‘젊은 정치인의 역할’, ‘40대 후반을 향해 가는 중년의 소회’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대담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1층 회의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 “안정감, 책임감 위해 노력해야” vs “여당일 때 사고(事故) 쳐야”

▽나경원 최고위원=너무 반가워요. 민주당 전대 때 이 최고위원을 응원했어요. 40대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인영 최고위원=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때 진심으로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되길 바랐어요. 나 최고위원은 똑똑하고 아름답고 무엇보다 ‘가슴이 따듯한 사람’이에요. 이런 걸 얘기해도 되나…. 항상 장애우를 챙기잖아요(나 최고위원의 딸은 다운증후군 장애우이며, 나 최고위원은 장애우 관련 국회 연구단체를 이끌고 있다).

▽나=이 최고위원은 선한 사람, 정치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사람이에요. 정치인은 현실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안 되는데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하죠. 생각과 철학이 달라도 미워할 수 없는 정치인이에요. 선한 의도로 일을 한다는 믿음을 주니까.

▽이=생각과 철학은 다를 수 있어요. 마음속에 따뜻함이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한나라당이 여당이 됐으니 ‘여당일 때 사고 쳐라’란 말을 하고 싶네요. ‘여당으로 길들여지지 말고 자유로운 역발상을 하라’고.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야당이 되면 (여당 때) 못했던 걸 후회하게 돼요. 열린우리당 시절 386(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했지만 ‘여당 의원’으로는 ‘아니다’를 과감하게 외치지는 못했어요. 말과 행동이 다르니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죠. 계파를 초월하는 당의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데도 적극적이지 못했어요. 지나고 보니 ‘그때 잘했으면…’ 하는 후회가 들어요. 한나라당은 안 그랬으면 해요. 생각이나 방법은 달라도 젊은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이어야 하잖아요.

▽나=‘여당일 때 사고 쳐라’는 말엔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요.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에게 신뢰를 준다는 걸 깊이 생각하다 보면 당과 40대의 목소리는 묻히는 경우가 많지요. 사고를 치려 노력해보죠. 제가(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공천개혁방안(2012년 총선은 모든 지역구에서 국민경선제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내놨는데, 그건 40대니까 할 수 있었다고 봐요. 저도 최고위원이니까 공천 지분이란 게 있지만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40대니까.

▽이=그 공천 방안은 저도 봤어요. 제가 응원할게요. 국민경선제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2001년 새천년민주당이 처음으로 선보였던 거예요. 2008년 4월 총선에서 참패했을 때 부끄러움이 있었어요. 나라도 바른 얘기, 옳은 얘기를 해서 ‘그래도 네가 있어 덜 창피했다’는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참혹한 패배는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물이었지만 ‘그래도 민주당에 저런 사람이 있어서 희망을 끊을 수 없다’, 이런 분위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여당일 때 사고 치고 그래야 야당 됐을 때 후회가 없다는 얘기예요.

▽나=여당을 했다가 야당을 해보니 느끼는 게 많은 것 같네요. 그래서 우리가 무서운 거죠. 야당 하다 여당 하니까(웃음). 한나라당에도 40대가 많이 있고 아직 세력으로 자리 잡진 못했지만 많은 논의를 하고 있어요. 하나의 세력으로 당의 중심축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진 못하죠. 그런데 민주당 40대에게는 좀 아쉬움이 있어요. 투쟁하고 쟁취하는 것은 잘하지만 안정감과 책임감 있게 뭔가를 한다는 부분이 좀 덜한 듯한 인상…. 역동성과 안정감은 모순되는 것 같지만 이제는 조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6·2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당선돼 일하는 자리에 가 있으니 기대를 해봅니다.

○ ‘능력 있는 진보’와 ‘멋진 보수’로 정치 지형 바꿔야

▽이=6·2지방선거를 보면서 ‘2030’ 유권자에게는 집단지성이 있다는 것,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몰고 가는 힘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그들에겐 그늘이 있어요. 취업, 청년실업 같은…. 그들은 사회적 낙오자, 사회적 잉여, 루저(loser)가 아닌 사회의 주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문제 등에 대한 이들의 생각과 요구에 주목하고 귀를 기울여야 해요.

▽나=6·2지방선거 때 ‘2030’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하지만 난 그들이 특정 정당에 특별히 우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고민할 부분은 청년실업 문제겠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준비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 ‘2030’ 유권자의 아픔과 비전을 함께하는 정책을 내놔야겠죠.

▽이=전 전대를 뛰면서 페이스북을 많이 활용했어요. 40대는 물론 20, 30대가 다 뛰어들어와 온갖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나=그들의 얘기를 들어야지 우리 얘기를 하려 해선 안 되겠죠.

▽이=역동적인 당을 만들기 위해 청년위원들을 전국 단위에서 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나=한나라당은 이미 청년위는 직선제로 구성해요. 현역 의원이 위원장직에 떨어지기도 했죠.

▽이=그 점은 부럽네요. 우린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등 계속 세력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거기까지는 여유가 없었어요.

▽나=이 최고위원은 한 번 생각하면 끝까지 해내는 다부짐이 있잖아요. 여야를 넘어 의기투합할 부분은 같이 논의하면 좋겠어요. 정당 정치 발전을 위해 같이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나라당 하면 ‘변하지 않으려는 정당’이란 느낌이 든다는 분도 있지만 저희는 끊임없이 변화하려 노력해 왔어요.

▽이=민주당의 젊은 정치인들도 ‘불타는 정의감’ 외에 전문적 식견을 갖췄으면 해요. 우리가 함께 ‘능력 있는 진보’와 ‘멋진 보수’ 같은 방향으로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선진 정치지형으로 갈 때가 됐어요. 대한민국 정치가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며 양립하는 구도로 전진했으면 좋겠다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제가 솔직히 전두환 정권 때부터 한나라당에 대해선 ‘분노’ 같은 게 있었어요. 하지만 적어도 젊은 정치인끼리 만났을 때는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면서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공한 정치인, 유명한 정치인을 넘어서서….

▽나=두 당의 40대가 착한 것 같네요. 좀 더 용기를 낼 필요가 있겠어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역할을 할 필요가 있고, 서로를 인정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자주 만나서 논의해야겠어요.

▽이=아직까지 한나라당의 ‘선배’들은 저를 ‘불온하다’고 보시는 듯한데요(웃음). 민주당이건 한나라당이건 낡은 권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도전해야 해요. 그래야 ‘좋은 진보’와 ‘좋은 보수’라는 정치지형이 생기죠. 선배들한테 물려받아서만은 안 돼요. 우리가 만들어 가야지.

▽나=선배들한테 받을 것은 받고 새로 만들 것은 만들어야죠.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두 최고위원 비교해보니… 여성정치인의 아이콘 vs 386 운동권의 기수 ▼

나경원 최고위원은 서울대 법대(82학번)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로 일하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여성특보로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직 여성 판사의 정계 입문은 민주당 추미애 의원에 이어 두 번째여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고려대 총학생회장(국문과 84학번)이던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이 됐다. 민족해방(NL)계열인 전대협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온건노선을 택해 6월 민주항쟁의 승리를 이끌었다. 졸업 후 재야활동을 하던 그는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낙선(16대 총선)→당선(17대 총선)→낙선(18대 총선) 등 부침을 겪었다.

나 최고위원이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상징과 같다면 이 최고위원은 ‘시대의 아픔을 함께했던 사회운동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시각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나 최고위원은 “사회에 참여하고,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며 “민주화 운동을 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 같은 문화를 공유했다.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도 “우리 세대에겐 동류의식이란 게 있다. 군부독재가 종식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돌을 던지는 이와 물을 가져다주는 이, 농성을 하는 이와 도서관에 가면서 박수를 쳐주는 이들이 있어 대한민국의 발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의 주제가 ‘젊은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나 최고위원은 “나는 젊지 않아요. 돋보기가 없으면 작은 글씨가 보이질 않아”라며 웃었다. 이 최고위원도 “나 선배가? 솔직히 나도 눈이 침침해요”라며 따라 웃었다.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정말 책임 있게 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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