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단체의원 수십명에 ‘입법로비’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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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개정때 불법후원금 건네

청원경찰 친목단체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의원 수십 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입법 로비’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는 28일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8억여 원의 특별회비를 걷어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청목회 회장 최모 씨(56)와 전 사무국장 양모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 등은 청원경찰의 퇴직 연령을 높이고 보수를 올리는 방향으로 청원경찰법을 개정하기 위해 지난해 청목회 회원 5000여 명으로부터 특별회비 명목으로 10만 원씩을 걷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등의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의원 수십명 거론… 줄소환 할수도 ▼

이들은 입금 대상 의원을 선별해 리스트를 작성한 뒤 의원 한 명당 수백만∼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특정 단체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게 할 목적으로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입법 로비’로 보고 있다. 특히 2008∼2009년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K, C, L 의원 등 수십 명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K 의원실 관계자는 “후원금을 받은 입장에서는 개인이 보낸 건지 법인 돈을 개인 명의로 보낸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단체가 보낸 돈은 확인해서 전부 돌려줄 예정이고, 법안 개정과 관련한 대가성은 절대 없었다”고 입법 로비 의혹설을 부인했다.

검찰은 청목회가 국회의원들에게 건넨 돈의 성격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수개월 전부터 청목회 주요 간부들과 로비 대상 의원 등의 계좌를 추적해왔다. 일부 회원 명의로 의원 후원계좌 등에 돈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초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의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 정황을 조사할 계획이어서 국회의원 수십 명이 줄줄이 소환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청목회는 청원경찰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일반 공무원보다 불이익을 받는다며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해 왔다. 퇴직연령을 59세에서 60세로 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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