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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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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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 기용 무산되자 “한나라출신 멍에 벗겨달라” 동료의원 전원에 친필편지

“정말 마음이 아픈 것은 왜 저에게만 영남 출신이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느냐는 겁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낙인과 멍에를 제 어깨에서 좀 벗겨 주십시오.”

민주당 김부겸 의원(사진)이 14일 직접 손으로 쓴 A4 용지 5쪽 분량의 ‘눈물의 편지’를 같은 당 동료 의원 86명 전원에게 보냈다. 손학규 대표 직계로 10·3전당대회 과정에서 손 대표 캠프를 지휘해 사무총장 1순위로 유력시됐던 김 의원은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인 김영춘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내정한 뒤 사무총장으로의 기용이 무산됐다.

김 의원은 편지에서 “저는 ‘전통 민주당’에 청춘을 바쳤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 3당 합당에 반대해 창당된 ‘꼬마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이 “우리 부겸이”라고 부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1995년 민주당 분당 사태 때 그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고 잔류했고 1997년 대선 직전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저절로 한나라당 창당 멤버가 됐다”. (김 의원의 표현)

김 의원은 2003년 7월 한나라당 탈당에 대해 “그해 3월 대북송금 특검법안 처리 때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면서 ‘왕따’가 됐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왔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김 의원은 김영춘 이부영 안영근 이우재 전 의원 등과 동반 탈당했고 이들 ‘독수리 5형제’는 열린우리당 창당(2003년 11월)을 주도했다. 현재 민주당엔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의원이 7명 있지만 유독 김 의원에게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가 당 원내대표 선거에 세 번 출마했다 모두 낙선한 것도 그 때문이란 얘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김 의원은 편지 말미에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몸담았다는 것이 원죄라면 언제든지 그 값을 달게 치르겠지만 부디 외면하지만 말아 달라”고 썼다.

김 의원은 편지에서 손 대표에 대해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부터 지지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손 대표 측근 그룹 일각에선 이 편지가 손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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