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오전 브뤼셀 왕궁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발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 간의 회담은 이번이 5번째다.
원 총리는 회담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러나 중국은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을 찬성했고, 이 사건 희생자에 대해 여러 차례 애도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사건을 일으킨 측에 대한 규탄의 뜻도 여러 차례 천명했다. 중국의 이런 조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원 총리는 ‘사건을 일으킨 측’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에 “나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늘 생각하는 사람이다”며 “천안함 문제에 너무 집착한다고 볼지 모르나 남북관계에서 이런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 사건을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주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식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도록 도와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 원자바오 “한국민, 천안함 관련 中 오해” ▼ 李대통령 “재발 막으려 짚고 넘어가는 것… 김정일 잦은 방중 긍정적”
한-중 브뤼셀 정상회담 제8차 ASEM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5일(현지 시간) 브뤼셀 왕궁에서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와 양자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뤼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두 정상은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과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긴밀히 협력하고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만나 IMF 개혁을 위해 독일이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다. 두 정상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독일 통일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한편 제8차 ASEM은 5일 오후 의장성명 및 ‘보다 효과적인 세계경제 거버넌스에 관한 브뤼셀 선언’을 채택하고 이틀간의 일정을 끝냈다.
ASEM 48개국 정상 및 대표는 의장성명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천안함 침몰에 따른 인명 손실에 대해 한국 정부에 위로를 표한다”면서 유사한 추가 공격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의장성명은 아울러 “이산가족 상봉 논의 등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한 조치들이 남북의 진정한 대화와 협력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 포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세계경제 거버넌스에 관한 브뤼셀 선언’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IMF 쿼터 개혁 완결 △개발 격차 축소를 비롯한 개발 의제에 관한 한국의 이니셔티브 환영 △금융시스템의 복원과 투명성 강화 등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ASEM 차원의 지지 의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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