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김정일, 세습 위해 후계원칙 깼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17:00수정 2010-09-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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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30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지난 28일 열린 북한 노동당의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습니다. 북한이 20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공개적으로 강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구가인 앵커) 김정은 후계자 공식화의 내용과 의미가 무엇인지, 그의 등장이 북한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북한학 박사인 정치부 신석호 차장을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박 앵커) 신 차장. (네 통일부에 나와 있습니다) 먼저 김정은의 인사 내용과 의미부터 요약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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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차장)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임명돼 명실상부한 북한의 '2인자'로 떠올랐습니다.
당 중앙군사위는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당이 군부를 통제하는 기관으로 김 위원장이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에는 원래 부위원장 자리가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김정은을 앉힌 것은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해 후계체제를 확립하라는 배려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선 27일 김정은에게 조선인민군 대장 칭호도 부여했습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정은은 당과 군이라는 북한 최대 권력기관의 지휘 통제권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구 앵커) 이번 인사는 3대 세습 준비 단계를 끝내고 후계체제의 확립 단계로 들어서는 과정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아있을까요.

(신 차장) 북한의 후계자론에 따르면 후계자는 전임자의 지명을 받은 이후 자신의 조직과 사람, 규율을 확립해야만 후계체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식 정치무대에 등장한 김정은은 고모인 김경희 당 정치국 위원 겸 당 경공업부장, 그리고 고모부인 장성택 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당 행정부장의 후견을 받으며 후계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김정일 위원장이 당 총비서와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원장과 인민군 총사령관 등의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지만 차차 김정은에게 자리를 내주며 권력을 이양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앵커) 3대 세습은 과거 왕조시대에나 있던 일이고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례가 없는 일인데요, 좀 심한 것 아닌가요.

(신 차장) 이번 3대 세습 공식화는 김정일과 그 측근들이 김정은을 다음 수령으로 내세우고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야합의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분단 65년 동안 한반도 북쪽에 '수령 절대주의 독재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수령 1인과 소수 엘리트만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인민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극도의 불평등 체제입니다. 2008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뒤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는 김정일 자신은 물론 그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측근들로서는 '빠른 세습'을 통해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 앵커) 김정일 위원장은 3대 세습을 위해 자신이 만든 후계 원칙도 무너뜨렸다고 하죠?

(신 차장)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물려받기 위해 '후계자론'을 만들어 '인물 본위의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자신이 수령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지 아무런 능력을 공인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도자의 아들, 즉 '만경대 혈통'과 '백두 혈통'을 이라는 이유만으로 후계자가 됐습니다.
김정일은 또 '후계자론'을 통해 새 후계자가 인민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나았던 1974년 당내에서 후계자로 공인된 김정일은 아버지의 후광을 뒤에 업고 다양한 정치 경제적 업적을 내놓아 나름대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인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아무런 업적이 없습니다.

(박 앵커) 이번 회의를 통해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앞장설 엘리트 그룹이 윤곽을 드러냈죠?

(신 차장)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엘리트들의 상당수는 50, 60대로 젊은 '혁명 3세대'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은 1940, 50년대에 태어나 어린 시절에 6·25전쟁과 전쟁 복구기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1960년대 북한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시기에 20대를 보냈습니다. 이들은 북한 사회주의 발전기에 안정적으로 고등교육을 마치고 당과 군, 내각 등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쌓은 인물들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또 김경희와 장성택 등을 매개로 김정일 김정은 부자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받아 지난해 이후 중앙정치무대에 급부상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구 앵커) 그렇다면 새로운 지도부의 등장이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신 차장)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면 새 지도부의 등장은 부정적인 전망과 긍정적인 전망을 동시에 가능하게 합니다.
이 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1960년대 북한 사회주의 발전의 향수를 가진 혁명 3세대는 기본적으로 김 부자에게 충성할 것이고 따라서 외부가 원하는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이들이 김정은의 후견세력인 장성택, 김경희와 주종관계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3대 세습을 위한 맹목적인 충성집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시각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신진세력이 해외 경험이 많고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대했습니다. 특히 혁명 3세대는 체제의 변화를 갈구하는 4세대, 즉 현재 20~40대 젊은 간부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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