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24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 금강산 관광 관련 당국자들을 추가로 보내달라는 북측의 20일 요구에 “추가로 당국자를 보낼 수 없으며 대신 기존에 통보한 적십자 대표단이 관련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23일 통지했다.
24일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이용하는 문제를 협의하자는 북한의 ‘의제’는 받아들이는 대신 금강산 관광 관련 정식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지는 모양새는 피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북한이 10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빌미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압박하는 ‘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17일 접촉에서 “장소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남측이 ‘이산가족면회소에서 하자’고 했더니 20일 ‘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2월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에 나왔던 당국자들을 보내라’고 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면회소 사용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이를 통해 은근슬쩍 관광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미끼로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 남측이 요구하는 3대 조건을 슬그머니 피해가려는 수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알면서도 적십자 대표단에 이 문제를 논의할 권한을 위임키로 한 것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성사를 위한 타협책이다. 다른 당국자는 “고령 이산가족들이 사망하고 있는 마당에 하루빨리 한 번이라도 상봉을 성사시키려면 원칙과 유연성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