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해명… 들통난 거짓말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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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장관 딸인줄 몰랐다”- 柳외교 “딸이라 더 엄격 심사” 외교통상부의 유명환 장관 딸 유모 씨(35) 특별채용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거센 가운데 유 씨가 장관의 딸이라는 사실을 채용 과정에서 몰랐다는 외교부의 해명과 달리 면접관들이 지난달 26일 면접 전에 이미 유 씨의 신원을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면접관 5명 중 외교부 간부인 면접관 2명은 면접 당시 유 씨가 장관의 딸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외교부 직원 면접관이 유 씨의 신원을 알고 있었지만 외부 인사 면접관이 외교부 직원보다 많은 만큼 외부 인사에게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이날 오전 “외부 인사 3명과 외교부 직원 2명으로 구성된 면접관이 면접 20∼30분 전에 면접장소에 도착해 가족관계가 포함되지 않은 응시자 파일을 체크하기 때문에 응시자의 신분을 알 수 없으며 가족관계증명서는 합격 이후 신원조회 과정에서 제출하도록 돼 있어 면접 때 유 씨가 장관의 딸인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 인사라인에서 장관 딸이라 엄격하게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해 유 씨의 신원을 외교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3년간(2006년 6월∼2009년 6월) 일반계약직으로 외교부에 근무한 유 씨의 신원을 외교부가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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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으나 채용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지만 유 씨 채용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 柳외교-외교부 거짓 해명 논란 ▼
“柳외교 딸 맞춤채용” 의혹에 외교부 “…”


○ 자격요건, 1년 전엔 박사학위자로 제한


외교부는 지난해와 똑같은 분야, 직급의 전문계약직 채용 시험에서 응시자격 요건을 지난해보다 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2일 해명자료에서 문제의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전문계약직 나급(5급 상당)의 학력 및 경력 요건이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 취득자 또는 석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력자’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7월 1일과 16일 공고한 같은 분야, 직급의 채용 공고에도 같은 요건이 적용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상직은 박사학위자를 찾기 어려워 보통 이런 범주로 자격요건을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16일 공고한 시험에서 합격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4일과 9월 14일 공고한 같은 분야, 직급의 특별채용 공고에서는 응시 요건을 ‘국내외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로 제한했었다. 이에 외교부는 “요건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어떤 원칙과 기준을 근거로 이번에 요건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특채에서 응시자격 요건을 변경한 것이 유 씨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 씨는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국제지역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99∼2002년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지난해 4월 같은 시험의 응시자격 요건은 △변호사 자격증 △박사학위 △석사학위 및 2년 경력 △학사학위 및 4년 경력 등이었다. 이는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얼마든지 특별채용 기준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 1차 때 학력 경력 요건 해당자 있었다


외교부는 이날 “1차 공고에 응시한 8명 중 유 씨를 제외한 7명 모두 학력 및 경력 요건에 해당되는 사람이 없었다”며 “당시 유 씨의 영어성적 기한이 만료된 것은 사실이지만 학력 및 경력 요건을 충족한 사람은 유 씨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따라서 유 씨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불합격시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차 때 이런 자격요건을 갖춘 박사학위 소지자 1명이 응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응시자는 영어성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와 마찬가지로 어학성적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학력 및 경력 요건은 충족한 응시자가 더 있었던 것이다. 유 장관이 “1차에서 딸만 자격이 됐다. 면접 때까지 딸의 텝스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채용 과정을 진행하려 했지만)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다 무효로 하고 다시 모집한 것이다”라고 해명한 것도 사실관계가 틀린 셈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특채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부처의 5급 특채가 압력이나 로비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각 부처의 특채 수요를 받아 공고를 내고 연 1회 채용할 계획이다. 지금은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채용하지만 내년부터는 행안부가 일괄적으로 주관한다. 내년 5급 특채는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전체 인원의 30%(100여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응시 자진 취소
▲2010년 9월3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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