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2康’ 처리]부메랑 된 ‘청문회 잣대’… 국회도 제 살을 빼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1-11-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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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민주당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 강성종 의원(왼쪽)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강성종(〃) 횡령 가결 신상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오자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착잡한 표정으로 위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인사청문회의 후폭풍.’

정치권에서는 2일 민주당 강성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여파라는 분석이 많이 나왔다. 인사청문회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아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직후에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 의원을 감싸는 게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본회의 표결을 실력 저지하지 않고 소속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긴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다.

○ 청문회 잣대, 체포동의안에도 적용

1995년 옛 민주당 박은태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15년 동안 국회에 제출된 의원 체포동의안은 31건이었다. 이 중 강 의원 건을 제외하면 가결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그만큼 이번엔 동료 의원의 체포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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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야당의 청문회 공세로 인해 8·8개각의 상징이었던 김태호 총리 후보자까지 낙마한 이후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청문회를 거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공정한 사회’의 화두를 구현하기 위해 ‘제 살’을 베어낸 만큼 강 의원 문제를 양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들이댔던 평가의 잣대와 다른 기준을 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강 의원의 혐의가 사학비리라는 점이 평소 상지대 등의 사학비리 척결을 외쳐온 당의 기조와 배치되는 점도 부담이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된 표결 보이콧 주장 대신 자유 표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였다.

○ 한나라당 의원 일부 반대표

이날 국회 본회의의 강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234명의 의원이 참여해 131명이 찬성, 95명이 반대했다. 투표를 한 한나라당 의원은 147명, 민주당 의원은 61명이었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더라도 한나라당 의원 중 일부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한 민주당 의원 중에서 혹시 찬성표를 던진 경우가 있다면 여당의 이탈표는 그만큼 더 많을 수도 있다. 8명이 투표한 자유선진당은 찬성 당론을 정하고 표결에 참여했다. 투표에 참여한 민주노동당 의원 3명의 기본 입장은 ‘의원의 특권은 인정하지 않는다’여서 찬성표를 던졌을 개연성이 있다.

○ 강 의원, “1원도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강 의원은 이날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5년 전 암 투병을 하던 집사람과 사별한 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처남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처남에게 맡겼다. 조의금까지 맡겼다”며 재산 관리를 처남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처남이 가족이라서 누구에게 얘기를 못했다”며 “나는 부끄러운 돈 1원, 한 푼 받은 게 없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날 자유선진당 등 일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반대 표결을 부탁했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도 본회의 발언에서 강 의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부결을 호소했지만 분위기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81억원 강성종, 학교법인 이사장때 빼돌린 혐의 ▼

민주당 강성종 국회의원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이다.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학교법인 신흥학원의 이사장 등으로 재직하면서 학교 공금 81억 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의원은 2004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신흥대의 각종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사업체들과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한 뒤 실제 금액과의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교비 25억7000만 원을 횡령해 정치자금이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1년 당시 신흥학원 사무국장이었던 박모 씨에게 “인디언헤드외국인학교 돈으로 생활비를 대 달라”고 요구해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외국인학교 교비 28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강 의원은 자녀 과외교사들과 가정부의 급여를 외국인학교에서 횡령한 돈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한나라당, 강용석 출당안 만장일치 가결 ▼

“표결 모양새 안좋으니… 이의 없으면 통과”

2일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강용석 의원이 7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은 여대생에게 성희롱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뒤 정론관을 떠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자진 탈당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2일 오전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게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전날 강 의원과 평소 친분이 깊었던 김 전 의장은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하루 미루고 강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장은 “안타깝지만 스스로 탈당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고 설득했지만 강 의원은 쉽게 수긍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의 자진 탈당 의사를 기다리던 한나라당은 강 의원의 의사가 확인됨에 따라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 결국 이날 오후 소속 의원 172명 중 1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 의원을 당에서 제명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제명안 의결에 이의가 없느냐”고 수차례 물었으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원내 지도부가 “당규상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인 58명의 요구로 비공개 표결을 할 수 있고, 기립이나 거수로 표결한다”고 설명했지만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가 이의를 묻는 방식의 표결 절차에 동의했다. 다만 조원진 의원이 “만장일치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으나 김 원내대표는 “표결하면 모양새가 더 이상하니까, 무거운 마음이지만 지도부 의견에 따라 달라”고 설득했다. 한나라당이 소속 의원을 제명한 것은 1999년 당론을 어긴 이수인, 이미경 의원을 제명한 이후 11년 만이다.

7월 성희롱 발언 파문이 일어난 직후부터 강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내 분위기는 차가웠다. 한나라당은 관련 보도가 나온 7월 20일 바로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제명 결정을 내릴 만큼의 사실 관계는 규명됐다”며 강 의원에 대한 제명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강 의원은 지난달 4일 재심요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즉각 의총을 열어 최종의결하지 못했다. “동료 의원을 당에서 쫓아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런 동정여론으로 자칫 제명안이 부결될 경우 예상되는 여론의 역풍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덫에 걸려 낙마하면서 당내 기류는 제명 불가피 쪽으로 급선회했다. “김 후보자에게 적용했던 엄격한 도덕기준을 민주당 강성종 의원과 강용석 의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강 의원이 “‘성희롱 발언’ 기사가 허위”라며 중앙일보의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무고 혐의를 적용해 강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강 의원 본인과 술자리에 있었던 연세대 토론동아리 학생 20여 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결과 강 의원이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발언들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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