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법 잘 만드는 국회보다 법 잘 지키는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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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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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국회의장 후보 인터뷰

“국회는 갈등조장 아닌 분쟁해결의 場돼야
개헌특위 구성 논의땐 적극적으로 도울 것”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새로운 제도를 창안하기보다는 국회를 원래 모습으로 돌리는 것
이 변화의 목표”라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새로운 제도를 창안하기보다는 국회를 원래 모습으로 돌리는 것 이 변화의 목표”라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7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박희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내내 축하 전화를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줄곧 울려댔다.

그는 검사 출신으로 13대 총선에서 경남 남해-하동에서 민정당 후보로 당선돼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만 해도 나는 정치권의 ‘젊은 피’였다”고 회고했다. 이후 빠른 판단력과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운 ‘명대변인’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다. ‘정치 9단’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야당을 공격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탐낼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을 질주하던 그였지만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의 꿈도 사라졌다. 가까스로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원외’ 당대표가 됐고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입법부 수장의 포부를 들어봤다.

―오랜 꿈을 이루게 된 소감은….

“부족한 사람을 후보로 선택해 준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긴 길을 걸어오다 하나의 매듭이 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국회가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의장으로 선출되면 국회에 변화의 새바람을 몰고 오겠다. 새로운 걸 창조하기보다 국회가 처음 시작된 원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국회 정상화는 법과 제도만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진 ‘법대로의 국회’가 돼야 한다. 국회는 ‘갈등 조장’이 아니라 ‘분쟁 해결의 장’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법을 잘 만드는 국회’보다도 ‘법을 잘 지키는 국회’가 돼야 한다. 여야 모두에도 국회의 원형 복원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한다.”

―상반기 국회에서 쟁점 법안 중 상당수가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 일각에서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직권상정을 국회 전체 문제인 것처럼 부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본질은 법을 지키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다. 국회가 법대로 움직이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로 세종시 수정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의장의 역할은 여야가 현안의 방향을 정해 오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장이 방향을 갖고 그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야당에서는 국회가 정부 뜻을 관철시키는 ‘통법부’가 됐다고 주장한다.

“의장 뜻대로 법이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시작한 개헌 논의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개헌에 대한 견해는….

“52년 헌정사에서 국회의장이 개헌을 주도한 예는 없다. 개인적으로 개헌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지만 그걸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각 정당을 비롯한 정치세력들이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야 한다. 국회가 특위를 구성해 논의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온화한 성품 때문에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중재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나보고 부드럽다고 하는데 한 번 맛을 보여야겠다.(웃음) 부드러운 것은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이 나의 정치적 좌우명이다. 유약해서 의장 역할을 잘 못한다는 말을 듣진 않을 것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박희태 국회의장 후보는
△1938년 경남 남해 출생 △경남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고등고시 사법과 13회 △부산고등검찰청장 △13∼18대 국회의원(6선) △법무부 장관(김영삼 정부) △한나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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