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참모 민심 못읽어” 與의원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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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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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의원 워크숍

고민하는 한나라  7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워크숍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앞줄 왼쪽)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과 관련해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고민하는 한나라 7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워크숍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앞줄 왼쪽)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과 관련해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막은 사람
김제동 퇴출시킨 사람 문책하라”
내일 초선 80여명 쇄신논의 회동

지도부 개편 속도조절론 대두
일부 친이계 ‘박근혜 중용’ 주장
의견 분분해 ‘비대위 구성’ 연기

7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워크숍에서는 6·2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다양한 당 개혁 방안이 쏟아졌다. 이날 워크숍에는 소속 의원 169명 중 140여 명이 참석했다.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불붙은 세대교체론과 함께 청와대의 독주 논란과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의 계파 갈등, 사천(私薦) 논란을 빚은 공천 문제 등 민감한 당내 현안이 도마에 올랐다.

○ 청와대 겨냥 목소리

이날 워크숍에서는 상당수 의원의 칼날이 청와대를 겨냥했다. 이종구 의원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병수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데 4대강 사업을 왜 단기간에 끝내려 하느냐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며 “세종시도 국민의 마음을 다치게 한 전형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은 “국민은 한나라당을 (지금까지) 너무 밀어줬다고 생각한다”며 “5·18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한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방송인 김제동 씨의 프로그램 방영을 중단시킨 사람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대교체론

초·재선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강승규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이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없는 당의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고, 윤상현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에 젊은층을 앉히고 19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도 젊은층을 배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개혁 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이날 오전 별도 모임을 갖고 소속 의원들 모두 계파모임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초선들이 계파 싸움에서 대리전을 치렀다는 비판과 관련해 스스로 반성함으로써 세대교체의 동력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본21의 간사인 권영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의 인적쇄신 요구를 했지만 끈기 있게 성취하지 못했다”며 “세종시, 4대강 등 현안이 나올 때마다 우리 스스로 계파의 틀에 갇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초선 의원 80여 명은 9일 전체 모임을 열 계획이다. 향후 당 쇄신과 관련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전당대회 연기론

당 지도부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놓고도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심재철 의원은 “빨리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며 전대 연기를 주장한 반면 유기준 의원은 “예정된 7월 1일 이전에 전대를 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친이계 진성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총리를 맡기자”고 제안했고, 친이계 김동성 의원도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자 한나라당은 의원 워크숍이 끝난 뒤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진의원 7, 8명으로 구성하려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연기됐다.

○ 청와대, ‘숙고 모드’ 유지


한나라당 내 비판 목소리에 대해 청와대는 지금은 ‘깊은 성찰의 기간’이라는 반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적쇄신을 포함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근원적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으나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아무런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한편 청와대 내부통신망 자유게시판에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및 개각은 7·28 재·보궐선거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기류와 관련해) 두 달이면 대통령 임기의 60분의 2이다. 우리가 그렇게 허비할 시간이 있느냐”는 취지의 한 행정관의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김승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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