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회담 모양 갖춰놓고 ‘물밑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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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연료봉 재처리” vs 보즈워스 방북결정 늦추기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한 방문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미 간 대화기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 진전을 선전하고 있고,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결정을 늦추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위한 외형적 조건들은 나름대로 갖춰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그동안 보즈워스 대표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또는 그보다 고위급이 돼야 북-미 접촉을 가질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3일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최근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 김 대북특사와의 막후 접촉에서 강석주 제1부상 면담 요구에 별다른 이견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차적인 걸림돌은 해소됐다는 뜻이다.

다만 문제는 미 행정부가 보즈워스 방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소식통은 “미 행정부 내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접촉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보수파로부터 역공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기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해 강 제1부상을 만나더라도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지 못할 가능성 때문에 쉽사리 방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미 양자회담의 성과에 따라 다자회담 참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협상 실무자들이 섣불리 진전된 태도를 내놓기 어려운 처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일 “미국이 아직 우리와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신경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4일 “현재 북한은 미국과 만나 대화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만나서 어떤 결과(6자회담 복귀)를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접점이 만들어졌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얘기인 셈이다.

한편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 주장에 대해 “모두가 신중하고, 수사(rhetoric)를 완화하며, 지역 내 긴장을 일으킬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추가적인 도발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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