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 10만t 요구했지만 옥수수 1만t만 지원”

  • 동아일보

정부 관계자 “식량난 함북에 전달하라는 조건도 내걸어”

정부는 16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한에 옥수수 1만 t과 분유 20t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지원품이 한국 측이 지정한 특정 지역에 전달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당초 식량 10만 t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번에는 1만 t만 지원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8일 “(당시 실무접촉에서) 한국이 북측에 옥수수를 지원하되 식량난이 심한 함경북도의 특정지역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조건을 내걸었다”며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분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착지 단서조항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함북은 올해 냉해가 심해 곡식 작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식량 10만 t을 요구했는데 한국이 그 10분의 1인 옥수수 1만 t만 지원하겠다고 하자 매우 당황했다”며 “북한이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식량난이 워낙 심해 남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분배 투명성 단서조항은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계속하되 한국이 보낸 물자가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은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의 요구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인도적 지원에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대화와 제재라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한국의 제안을 접수했지만 공식적인 수락 의사는 아직 보내오지 않았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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