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결례 빚는데도 신임 국방장관 부르더니…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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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10시간동안 질문은 두번뿐
예결위 “金국방 꼭 참석하라”
국방부 취임식 앞당겨 실시
초청 외국인사들 다수 불참

국방부가 23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사진)의 대장 전역 및 합참의장 이임식의 행사시간을 갑자기 앞당겨 일부 외국대사관 무관들이 행사 도중에야 참석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빚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국방부와 합참에 따르면 김 장관은 23일 오전 8시 대장 전역과 동시에 합참의장에서 퇴임하는 이임식을 한 뒤 오전 9시 제42대 국방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러나 당초 김 장관의 합참의장 이임식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고 주한 외국 무관들에게는 이미 초청장이 발송된 상태였다.

행사시간이 돌연 변경된 것은 국회가 같은 시간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면서 국방부 장관의 참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회 쪽에 이·취임식 행사시간과 겹친다며 차관의 대리출석을 양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원들은 장관이 불참할 경우 국방예산 심의를 국정감사 이후로 미루겠다며 반드시 참석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상희 전 장관이 18일 예결위 전체회의와 21일 국방위에 육군참모총장 이·취임식과 일선 부대 방문 등을 이유로 잇달아 불참한 게 원인이었다. 의원들은 “예산을 집행한 장관이 불참해선 안 된다”며 이 전 장관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전 장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 불똥이 김 장관에게 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앞당겨 이·취임식을 치른 뒤 부리나케 예결위에 참석한 김 장관에게 10시간여 동안 열린 회의에서 의원들이 던진 질문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일부 의원은 이 전 장관의 처신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한편 갑작스러운 이·취임식 시간 변경으로 적잖은 혼란이 빚어졌다. 합참과 국방부는 주요 초청 인사와 외국 무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을 다시 통보했지만 초청자 중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 못했다. 일부 무관은 행사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도착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이 전 장관과의 골 깊은 갈등을 계기로 신임 장관의 ‘군기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의원들이 장관 이·취임식에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 등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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