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vs 소란’ 피해갈수 없는 세종시 一戰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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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도 청문회 준비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회 대책을 논의한 뒤 건물을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 뒤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김경제  기자
휴일에도 청문회 준비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회 대책을 논의한 뒤 건물을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 뒤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김경제 기자
충남 연기군 남면 세종시 공사현장에서 기초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운찬국무총리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세종시 사업은) 행정 비효율 등 문제가 있다”고 밝혀 청문회에서 여야 간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남 연기군 남면 세종시 공사현장에서 기초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운찬국무총리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세종시 사업은) 행정 비효율 등 문제가 있다”고 밝혀 청문회에서 여야 간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鄭후보, 두루뭉술하게 답변 안할 것”
여권 안팎, 교육-과학기술 도시 등 대안 거론
野 “인준과 연계”… 정운찬 ‘입’에 관심 집중

《“야당이 정치 쟁점을 삼아 적극 거론하는 문제에 대해서 ‘취임 후 좀 더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답변할 수 있겠느냐.”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총리실 관계자는 20일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세종시 문제를 염두에 둔 얘기였다. 정 후보자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발언 수위는 조절하겠지만 정면 대응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21, 22일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세종시 정국의 파장이 간단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세종시 사업의 쟁점은 무엇?

정 후보자가 언급한 세종시 사업의 비효율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권 핵심부에서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충청권의 민심을 고려하고 이명박 정부 집권 2기의 안정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문제 제기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야당이 정 후보자의 발언을 단순히 ‘개인 의견’으로 넘기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정 후보자가 세종시 원안 수정의 총대를 메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정치학)는 “세종시는 인근 대도시인 대전과 서울에 종속되는 주변경제로 전락할 뿐 자족적 독립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중앙정부기관을 서울 대전 세종시 등으로 나누는 것은 경제적 비용 편익의 관점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정부 부처 분할의 효율성 논쟁은 이미 세종시 논의 초기 단계부터 나왔던 것인데 이제 와서 그 문제를 다시 꺼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 수정 시나리오가 있나.

여권 안팎에선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돈다. 일각에서는 세종시로 옮기는 정부 부처의 대상을 가급적 최소화하는 대신 충청권이 만족할 만한 다른 보상책을 제시해 세종시의 성격을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20일 정부 부처를 세종시에 옮기는 한편 세종시의 자족기능까지 보완할 수 있는 ‘원안+α’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정도만 이전하고 세종시를 교육과 과학기술 중심의 도시로 만드는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고려대와 KAIST 일부가 세종시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의 이공계 일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 출신인 데다가 정부가 서울대 법인화 등의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대신 일부 시설을 세종시에 유치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 세종시 논쟁 충청권 판도 바꾸나

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세종시 논쟁에 대한 주도권을 잡아 향후 충청권 내 입지 강화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당은 이 지역 출신(충남 공주)인 정 후보자가 앞장서서 세종시 계획 변경을 주도할 경우 당의 지역적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갖고 있다. 이에 앞서 정 후보자는 18일 저녁 충청권 인사들의 모임인 백소회에 참석해 “나라와 세종시를 위해 가장 좋은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믿고 따라달라는 의미였다. 이에 선진당은 “그동안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던 분이 갑자기 총대를 메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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