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과 진실게임? 단순오해?

  • 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2일 국회 총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대평 전 대표의 국무총리 발탁 무산과 관련한 청와대 측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2일 국회 총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대평 전 대표의 국무총리 발탁 무산과 관련한 청와대 측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昌 “李대통령과 통화 안해… 沈총리 무산은 세종시 때문”
靑 “직접 전화했다는 말 안해… 의사 전달과정 해프닝 증폭”
선진당도 확전 꺼려… 수습모드

누구 말이 맞나.

심대평 자유선진당 전 대표의 국무총리 발탁이 무산된 과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선진당 총재의 말이 엇갈려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대통령이 1일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직을 요청했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자 이 총재는 2일 “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총리 제안이 없던 일로 된 배경을 둘러싸고도 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 이 대통령과 이 총재 직접 통화했나?

전날 청와대 오찬 회동에 참석한 A 여성 의원은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여성의원은 “전화를 걸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다르게 말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이 대통령과 이 총재가 통화를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자 이 총재는 발끈했다.

이 총재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 지명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제가 (전화를) 한 일이 없다. 무슨 의도로 직접 전화한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중간자를 통해 심 전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목하고 제의해온 일은 수차례 있지만 (중간자가) 누군지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선규 청와대 제1대변인은 “이 총재 관련 비공개 발언이 다르게 흘러나와 곤혹스럽다”며 “통합의 관점에서 선의를 갖고 (총리직을 제의)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당시 이 총재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는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 발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총리직 무산 원인은?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배경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이 총재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1일 “이 총재가 강소국연방제를 동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개헌과 관련된 문제라 어렵다고 답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대표도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서도 공감대가 거의 없는 ‘강소국연방제’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고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강소국연방제는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과제로 동의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세종시가 심 대표의 지역구인 만큼 지역구민을 설득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세종시법 원안 처리 약속 없이) 심 대표가 총리로 가도 결국 세종시를 팔아먹었다는 험한 말을 들을 수 있고 이는 당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법’을 원안처리 하지 않으려는 청와대 쪽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 청와대와 선진당은 수습 모드

청와대와 선진당은 서로 할 말은 하면서도 확전을 꺼리고 있다. 오히려 사태를 수습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로선 선진당의 기반인 충청권 민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고, 선진당도 전면전까지 벌일 사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선규 청와대 제1대변인은 “이 얘기는 기사가 더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통합을 위한 여러 행보를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거듭 말하지만 선의로 한 것이며 오해가 증폭됐다”고 해명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