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 미디어그룹이 7월 하순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가 북한 측의 분노로 경영진이 해임 위기에 처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상하이(上海)에 본부를 둔 상하이미디어그룹(SMG) 산하 다큐멘터리전문 지스(紀實)채널은 6월 초 북한에서 촬영한 5부작 다큐멘터리 ‘현장목격 북한(直擊朝鮮·사진)’을 7월 20∼24일 매일 1부씩 상영했다.
북한은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SMG가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다”면서 외교채널로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北京) 당국은 이달 초 리루이강(黎瑞剛) SMG 총재를 포함해 경영진과 간부진을 베이징으로 소환해 제작 및 방영 경위 등을 추궁하고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SMG는 13개 TV 채널과 11개 라디오 채널, 8종의 신문과 잡지를 발행하는 미디어그룹으로, 중국중앙(CC)TV 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SMG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는 최소한 다큐멘터리 채널 관련 경영진은 해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문제로 삼은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5부작 다큐멘터리는 편당 24분 분량으로 △38선 여행 △격정 아리랑 △수령의 품 △150일 전투 △신비의 ‘김 태양’ 등으로 핵실험 이후 북한의 어두운 실상을 다양한 각도로 담았다.
우상화와 “지상천국에 살고 있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 전기가 수시로 나가는 평양 최고 병원을 소개하는 등 북한의 형편없는 실상을 고발하고 비꼬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