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DJ 동영상’ 정부 난색에도 상영 강행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유족 측 “논란될 만한 일 없게 하라 했는데…”

“정부에서 틀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틀겠다.”

민주당이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빈소 앞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DJ의 생전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방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당초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대형 스크린 4개를 준비한 뒤 민주당 측에 DJ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이 제공한 4개의 동영상 중 1개엔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난한 DJ의 발언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행안부는 문제의 동영상 1개만 빼고 3개만 틀겠다고 했고 민주당 측은 4개를 모두 틀라며 맞섰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20일 저녁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DJ의) 연설 상영을 막는 것은 그분의 발언을 사실상 검열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밤부터 행안부 측 대형 방송차량 대신 자신들이 준비한 차량에서 이 동영상을 틀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과는 달리 유족 측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기 싫다는 견해를 보였다. DJ 측 최경환 비서관은 21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번 국장은 통합의 장이 돼야 한다. 빈소에서만큼은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유족의 뜻”이라며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행안부에 그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도 동영상 상영을 계속했다. 행안부는 더는 마찰을 원하지 않는 듯 “행안부 차량에서 그 동영상을 틀 수 없다고 했을 뿐 민주당이 상영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물러섰다.

문제의 동영상은 올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연설 장면이다. DJ는 이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사실상 ‘독재자’로 규정했다. DJ는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며 “민주주의가 위기이니 모두 들고 일어나라”고 말했다.

빈소 앞에서의 이번 동영상 상영이 국장으로 마련된 화해와 통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온 국민이 차분하게 조문의 분위기를 갖도록 해야 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며 “동영상 상영으로 마찰이 생기는 것은 유족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도 “민주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희호 여사는 최 비서관을 통해 “국장 기간 과격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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