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전 대통령 ‘수사의 진실’ 암흑 속에 묻어버리나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대검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로비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는 많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핵심 사항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는 640만 달러라는 뇌물액과 수사 경위, 처리 결과 말고는 일절 함구하면서 검찰수사에 대한 항간의 각종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에 관한 진실은 검찰의 수사기록 창고에 묻히게 됐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내용과 증거를 구체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수사 대상자의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 결정은 피할 수 없더라도 권력형 부패 재발 방지와 역사적 평가를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경우 통상 구체적인 수사내용과 증거관계를 설시(說示)하지 않으며, 참고인들의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 우려가 높고,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으로 보존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수사내용 비공개는 결과적으로 야당과 좌파세력의 ‘정치보복, 표적수사’ 주장에 힘을 실어줄 우려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박 씨의 진술 내용 위주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민주당 등은 정부와 검찰, 언론이 짜고 피의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수사내용이 공개됐다면 이런 주장의 진위(眞僞)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인의 사생활과 명예가 걱정된다면 그런 부분은 제외할 수 있지 않는가.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일가(一家)에 대한 수사내용 공개를 다시 고려해보기 바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와 특검수사도 정쟁으로 흐르지 않고 ‘노무현 수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면 검토할 만하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역사의 일부’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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