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때보다 靑직원 더 많아… ‘20% 감축’ 결국 空言으로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이명박 정부 ‘작은 청와대’ 공언하더니…

출범 1년 2개월만에 직원 8.5% 늘어 ‘큰 청와대’로

정무수석실 32% 대변인실 19% 증가… ‘생산성’ 의문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작은 청와대’를 표방하며 청와대 직원을 노무현 정부 때보다 20%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직원 수가 2.8%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직원 수는 4월 6일 현재 모두 522명(청와대 직제표 기준)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2007년 7월 직제표 기준)의 508명보다 14명 증가했다. 청와대 직원 수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엔 481명으로 노무현 정부 때보다 적었으나 그 후 1년 2개월 동안 41명(8.5%)이 늘어났다. 청와대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공기업 등의 인력 감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안으로는 ‘제 식구’를 늘린 셈이다.

○ 1년 2개월 동안 슬금슬금 늘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27일 청와대 전체 직원은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수석비서관과 비서관, 행정관(2∼5급), 행정요원(6, 7급), 기능직(일용직 포함) 및 사무원 등 모두 481명이었다. 이 수치는 1년여 만인 올 4월 6일 522명으로 늘어났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거치면서 직제 개편을 단행하고 7월 초 인원을 18명 늘렸다. 당시 사태가 ‘소통 부재’ 때문에 발생했다는 자체 진단에 따라 국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정무수석실 산하에 있던 홍보기획비서관실을 홍보기획관실로 확대 독립시켰다. 정무수석실에는 시민사회비서관실을 신설했다. 민정수석실도 9명을 보강했다. 또 정부 출범 때 청와대 조직 개편을 하면서 누락시켰던 위기정보상황팀도 복원했다.

반면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은 국책과제 1, 2비서관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인원이 9명 줄었고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사표를 내고 나간 뒤 위상이 약해져 명칭까지 바뀐 기획관리비서관실도 인원을 줄였다. 청와대는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수석실마다 1, 2명씩 직원을 늘려 21명이 더 늘었다. 올 4월까지 수석실별로 결원과 보충을 반복해 전체 인원은 520명 선이다.



○ 신설 홍보기획관실 증가율 높아

지난해 6월 기존의 홍보기획비서관실과 연설기록비서관실을 흡수해 만든 홍보기획관실은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신설하는 등 직원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3월 홍보기획비서관실과 연설기록비서관실 인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올 4월까지 62%가 늘어 수석실 가운데 민정수석실 다음으로 직원이 많다. 정권 출범 때부터 있던 조직 가운데는 정무수석실의 인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 홍보기획비서관실을 제외한 지난해 3월 기준 정무수석실 인원보다 32.4%나 증가했다. 대변인실도 꾸준히 사람을 늘려 18.9%나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원의 증가가 업무 성과의 증대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한 행정관은 “청와대 내부에서 정무수석실이 인원에 비해 업무 성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이미 오래전부터 많았다”면서 “인원이 늘어난 홍보기획관실과 대변인실도 두 조직 간 업무 중첩성을 고려할 때 노동생산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수석실 인원은 오히려 줄어 대조를 보였다. 지난해 3월 50명이었던 경제수석실은 경제비서관실과 금융비서관실이 통합되면서 42명으로 줄었다. 대신 올초 청와대 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신설해 15명이 경제수석실 업무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비상경제상황실이 한시적인 조직이고 구성원 모두 부처 파견 인력이어서 청와대 인력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말뿐인 청와대 인력 감축

지난해 초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태스크포스 인수위원(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청와대 인력을 노무현 정부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안을 내놓으면서 “청와대 조직이 그동안 너무 비대해져 정부 부처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조직을 슬림화, 정예화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보다 비대해졌다. 또 일부 유휴인력이 생기면서 사고를 쳐 물의를 빚는 직원까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작은 정부’를 외치던 청와대가 자기 직원은 슬그머니 늘려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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