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중-러의 북 로켓 도발 물타기

  • 입력 2009년 4월 13일 16시 58분


◆동아논평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중-러의 북 로켓 도발 물타기'. 방형남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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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이 의장성명으로 낙착됐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도발에 대해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을 채택하기로 한 것입니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미국과 일본의 요구에 중국과 러시아가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며 맞서, 결국 타협으로 끝났습니다. 요약하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로켓 도발에 안보리가 한걸음 물러서는 유약한 대응을 하고 만 것입니다.

거부권을 갖고 있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나라든 몽니를 부리면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 또 입증됐습니다. 안보리가 물러섰으니 북한은 쾌재를 부를 겁니다.

물론 평가할 만한 점도 있기는 있습니다. 이번 의장성명은 통상적인 의장성명보다 구체적입니다.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가 안보리 결의 1718호 8항에 포함된 제재조치의 강화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형식은 의장성명이지만 내용은 결의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실효성 있는 행동조치를 채택할 것인지,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 단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가 사라지지도 않을 겁니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가 "의장성명이 북한을 비난했고 추후 비슷한 발사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지만 미사일이라는 단어는 의장성명 어느 곳에도 없다"고 꼬집었겠습니까.

안보리 결의 1718호는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닷새 뒤에 채택됐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이 인공위성이라고 해도 결의 위반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을 두둔할 것으로 믿었기에 도발을 강행했을 것입니다.

중-러의 안보리 대응 물타기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조장할 우려마저 있습니다.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한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 소형화에 매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북한에 의한 대량살상무기(WMD) 공격과 확산 가능성이 세계 평화에 '현존하는 위협'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보다 세계의 안전보장을 중시해야 합니다. 평화 위협세력의 심각한 도발을 외면하는 국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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