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궤도진입 자축’ 3시간32분만에 물거품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4분


■ 미확인 정보에 오후내내 오락가락

일요일 낮에 쏘아올려

대내외 홍보효과는 극대화

북한이 5일 낮을 장거리로켓 발사 시점으로 정한 것은 대내외적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계산으로 풀이된다. 북한 주민들은 휴일 집에서 조선중앙TV를 통해 ‘민족적 사변’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인에겐 느긋한 일요일이 ‘긴장의 하루’로 바뀌는 시점이다. 미국인도 반나절쯤 지나 일요일 아침 깨자마자 이 놀라운 소식을 접할 것을 노린 것이다.

▽긴박했던 로켓 발사일=조선중앙통신은 5일 오전 2시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대극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공개활동 보도가 지난달 28일 이후 8일 만에 나온 것으로 이날 뭔가 있을 것임이 감지됐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 설치된 발사대에 수직으로 장착된 장거리 로켓 상단의 덮개가 제거되면서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덮개는 전날 한때 제거됐다가 다시 씌워졌었다. 이어 외빈과 관계자 등이 관람을 위해 도착하면서 발사장에 차량이 몰려들었다. 지상의 관측 레이더가 작동되고 로켓에 부착된 비콘(beacon·자동유도장치)이 켜졌다. 발사 30분 전, 로켓을 잡고 있던 발사대 암(arm)이 제거됐다. 발사 15초 전, 외부 전력 공급이 차단되고 자체 전력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발사’.

북한은 이어 로켓 발사 4시간 뒤인 오후 3시 28분 인공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때는 나흘 뒤에 궤도 진입 주장을 폈었다. 그러나 5일 오후 7시경 미군이 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를 알리고 청와대가 이를 확인하면서 북한의 ‘자축’은 끝났다.

▽국제사회 우롱한 발사 하루 전 언론플레이=북한은 4일에도 로켓을 발사할 것 같은 메시지를 던져 국제사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날 오전 북한이 로켓 발사장 주변 3곳에 관측 카메라를 설치하자 전 세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긴장은 조선중앙통신이 “인공위성은 곧 발사된다”고 발표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영국 런던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체류 인원에 대한 신변안전 관리 지침을 전달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북한은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다. 강한 바람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5일 발사의 효과를 키우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였다는 의심이 많다.

▽고의적인 노출로 관심 끌어=한미일 정보당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 준비를 처음 감지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올해 1월 23일경. 평북 구성시에 있는 국방과학원 산하 전자전연구소에서 만든 미사일 부품을 트레일러에 실어 인근 기차역으로 운반하는 모습이 미국 정찰위성에 잡혔다. 정부는 2월 5일 부품이 발사장에 도착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후 트레일러는 부품을 발사장 건물에 내려두고 연구소로 돌아갔다가 3월 15일경 다시 발사장에 와 조립이 끝난 미사일을 발사대까지 옮겼다.

이 모든 과정은 미국 정찰위성을 통해 한미일 정보당국에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북한은 이를 알면서도 보란 듯이 로켓을 이동시켰다. 북한은 11년 전인 1998년 ‘인공위성 광명성 1호’ 발사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발사 일정을 공식 언론을 통해 상세하게 공개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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