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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1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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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국회 운영을 상임위에 맡기자'. 이진녕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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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회를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제의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얼마 전 "국회가 여야간 충돌을 막고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임위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이제야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 국회가 얼마나 잘못 운영돼 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회는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의 흐름에 맞추려면 각 분야별로 나름의 전문성을 가진 상임위가 법을 다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총회꾼 모임 같은 의원총회나 전문지식이 없는 지도부가 법안을 좌지우지합니다. 그리곤 오로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의 성격을 규정짓고 이를 바탕으로 악법이니, 약법이니 주장하니 제대로 타협이 이뤄질리 없고, 좋은 법안이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정부 입법이든 의원 입법이든 모든 법안은 일단 발의가 되면 무조건 해당 상임위에 상정해 논의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야 간에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타협안을 도출하도록 하고, 정 그것이 안 되면 다수결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그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사실 전문성을 놓고 본다면 법안 심의를 상임위에 맡기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 상임위에서도 다루는 분야가 너무도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정무위원회만 해도 관장해야 할 정부 소관부처가 국무총리실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5개에다 산하기관과 출연기관은 무려 37개나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떻습니까. 이름에서 보듯 성격이 완전히 다른 5개 분야의 업무가 한 상임위에 속해 있습니다. 아무리 재능이 특출한 의원이라도 5개 분야 모두를 잘 알기는 어렵습니다. 당연히 상임위 내에 분야별로 세분화한 소위원회를 만들어 법안을 다루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하원은 각 상임위별로 5개 내외의 소위를 두고 있습니다. 세출위원회는 무려 12개가 됩니다.
법안을 상임위, 그것도 상임위 내 전문 소위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은 이제 필요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상임위는커녕 정당 지도부 선에서 주무르며 밀고 당기고 있으니, 허구한 날 바가지 깨지는 소리밖에 더 나겠습니까.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