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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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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친이계 사무총장이 역할 똑바로 하라”
1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6층 회의실.
최경환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의 업무보고가 진행되던 중 박희태 대표가 급히 자리를 떴다. 청와대 전화를 받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표에게 “류화선 파주시장의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은 취소됐으며 오후 개각 발표에서도 빠진다”고 전했다. 이에 박 대표는 “그렇다면 그 자리에 정치인을 입각시킬 수 없겠느냐”고 말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는 힘들 것 같다. 이해해 달라”고 대답했다.
앞서 박 대표는 이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오후에 발표될 개각 및 장관 인사 내용을 모두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개각에서 정치인 입각은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대통령의 얘기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행안부 장관 인사 문제가 갑자기 난관에 부닥쳐 보류되자 박 대표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차관급 등 최종 인사의 명단을 함께 전해준 것이다.
전화를 끊고 다시 회의장에 돌아온 박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오후에 발표되는 인사는 오늘 일부 신문에 보도된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에 홍준표 원내대표는 “개각 같은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당과 청와대 간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안경률 사무총장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당 대표나 청문회를 진행하는 원내대표에게는 인사가 결정되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통보가 와야 된다. 언제부터 여당이 이랬느냐”면서 당청 소통 부재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면서 “친이계 실세 사무총장이 역할을 똑바로 하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은 “당내 인사를 할 때도 통보나 의논이 있어야 하는데 무엇이든 총장이 단독으로 한다”며 당내 소통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아침 본보 등이 ‘19일 개각’ 사실과 개각 내용을 보도했지만 당에서는 누구도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당에서 요구해온 정치인 입각이 무산된 것에 대한 성토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한 주요 당직자는 “이러니까 청와대가 당을 우습게 안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청간 원활한 업무 협조와 개혁과제 완수를 위한 내각의 정치적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인 입각이 필요한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상현 대변인은 “오늘 인사도 박 대표와 다 상의해서 한 것”이라며 “당청간 소통이 원활치 못하다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민주 “2월 임시국회는 인사청문 정국으로”
설 연휴前 개각에 쾌재▼
정부가 설 연휴 전 개각을 단행하자 민주당은 쾌재를 부르는 분위기다.
‘제2차 입법전쟁’이 예상되던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쟁점법안 처리에만 ‘다걸기(올인)’할 수 없는 모양새가 갖춰졌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이 ‘개각 변수’로 인해 미디어 관계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 전력을 집중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와대는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해야 한다. 인사청문 요청서가 제출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따라서 2월 임시국회 중반까지는 인사청문회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상 행정안전위원회),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세청장(이상 기획재정위원회), 통일부 장관(외교통상통일위원회) 등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와 법안 처리는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시국회 초반 국가정보원장에 원세훈 씨를, 경찰청장에 김석기 씨를 내정한 이번 인사를 ‘TK(대구-경북) 인사’ ‘회전문 인사’라고 전방위 공세를 펴면서 인사청문회로 간다는 복안이다.
김유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역편중 인사, 빈민주적 인사의 포진을 우려했던 민주당은 국민 뜻과 정반대로 가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 행태를 규탄한다”며 “2월 임시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들 내정자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겠다”고 말했다.
최재성 대변인도 “경북 고려대 공안통을 배치한 소위 KKK 인사” “국민에 대한 반란 수준의 인사”라고 주장하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별렀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 당력을 집중하기 위해 그동안 장외에서 벌여온 ‘MB 악법 철폐 결의대회’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은근히 여권 내부의 분열을 부추기겠다는 태도다.
최 대변인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을 요구한 당 지도부가 한마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고 비꼬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도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일’은 그만하고 이젠 입법전쟁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