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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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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 “투쟁으론 산토끼 안돌아와”
민주당 내에서 당의 정체성과 대정부 투쟁 방식을 둘러싼 노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이 위기 극복 방안을 놓고 ‘진보 개혁’이냐 ‘중도 실용’이냐, ‘선명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는 문제로 내부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근태 전 의원 계파와 정동영 전 의원 계파, 천정배 의원 계파 등이 참여해 만든 ‘민주연대’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금은 민간 독재에 맞서 투쟁할 시기”라며 “민주연대는 야당성(野黨性) 회복을 위해 모였다. 민주개혁 세력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에는 열린우리당 출신 전현직 의원 52명을 포함해 모두 80여 명이 참여했다.
이종걸 최규성 최규식 의원을 공동대표로 임명한 이들은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조직위원장, 대변인, 지역위원장 등 정당과 비슷한 조직체계까지 갖추고 ‘야당 속의 야당’을 자임했다.
반면에 당내 중도 실용 세력은 당 지도부의 최근 대정부 강경 투쟁 기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당내 중도 실용파를 대표하는 강봉균 의원은 이날 “대정부 투쟁을 강화해야 지지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며 “경제 위기 속에서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데 앞장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지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투쟁 일변도의 진보세력이 중심에 서면 민심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세균 당대표는 “대안 야당과 선명 야당은 상충하는 게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도부 불신 분위기가 팽배한 최근에는 선명 야당 노선을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산안 심사와 감세(減稅)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민주당이 ‘투쟁 모드’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 대표는 선명 야당과 대안 야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고 있다고 한 당직자는 전했다.
그러나 전통적 지지 세력인 ‘집토끼’와 중도 진영의 ‘산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갈팡질팡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당직자들은 “집토끼가 이미 다 산토끼 됐다”며 “한나라당을 압도하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역량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