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에 최신무기 판매”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아파치 헬기 등 5종 64억 달러어치… 中 “내정간섭” 반발

패트리엇 미사일 등 中침공 방어용 무기

대만 “양안관계 개선에 도움될 것” 환영

中 “대응조치 유보” 전면갈등까진 안갈듯

《미국이 3일 패트리엇 미사일과 공격용 아파치 헬기 등 64억6000만 달러(약 7조9000억 원)어치의 최신식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해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조치의 권리를 유보할 것”이라고 밝혀 무기 판매를 둘러싼 양국의 마찰이 전면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최신식 무기 갖춘 대만=4일 외신에 따르면 대만이 사들이는 무기는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엇 미사일 330기와 보잉의 아파치 헬기 30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하푼 미사일 32기와 2개의 관련 시뮬레이션용 기기, 재블린 대(對)전차 미사일 182기, 4대의 E-2T 조기경보기의 성능 향상을 위한 호크아이 2000 부품시스템 및 재블린 미사일 발사대 20개 등이다.

이들 무기 중엔 한국군도 갖고 있지 않은 최신식 무기가 상당수 포함됐다.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은 한국군이 보유한 PAC-2 구형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아파치 헬기도 한국군은 없다. 주한 미군이 40여 대를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대만은 또 호크아이 2000 레이더 부품을 구입해 피아(彼我) 전투기의 식별능력을 높이고 경보 시간도 앞당기는 등 전방위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대만은 앞서 1995년 조기경보기 4대를 미국에서 구입했다.

▽대륙 공격 대비 방어용이 대부분=이들 무기는 대만이 유사시 대륙의 침공에 대비해 2년 전부터 줄기차게 미국에 판매를 요청한 것이다.

실제로 도입 무기는 공격용이라기보다는 대륙의 무력침공에 대비한 방어용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패트리엇 미사일은 중국이 대만을 향해 배치한 1000여 기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공격용 아파치 헬기는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할 경우 전차부대를 공격하기 위한 것.

미국은 대만이 요구한 49억 달러 규모의 F-16C/D 전투기 66대는 판매목록에서 제외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판매를 반대했던 품목. 당초 120억 달러였던 구입 규모가 절반으로 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강력 반발…전면 갈등은 안 갈 듯=허야페이(何亞非)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4일 클라크 랜트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는 중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는 내정(內政) 간섭”이라며 “‘8·17 원칙’을 지켜라”라고 요구했다.

미중 양국이 1982년 합의한 ‘8·17 원칙’은 미국이 대만에 파는 무기는 양국이 수교한 1979년 판매액 수준을 넘지 않고 장기적으로 무기 제공을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이다.

반면 대만은 미 국방부의 판매 결정 발표가 나오자 즉각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대만 국방부의 츠위란(池玉蘭·여) 대변인은 4일 “이번 조치는 대만 해협의 안정을 유지하고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과 달리 독립 대신 대륙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지만 천 전 총통이 국방력의 강화를 위해 2년 전부터 추진한 무기 구입 계획은 그대로 추진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의 강력 반발은 최근 깨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의 군사 균형이 다시 회복돼 유사시 무력통일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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