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통폐합후 재교육 공무원 223명 어디 갔나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교육과학부, 33명 중 30명 국립대 등 산하기관行

국토해양부, 90명 중 69명 원래 직위-보직 재배치

정부 부처 통폐합 과정에서 정원 초과 인원으로 분류돼 재교육을 받은 공무원 중 상당수가 산하기관에 배속되거나 원래 보직에 그대로 재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작은 정부’ 구현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현 정부 들어서도 공무원 사회의 ‘내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행정안전부가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해 재교육을 받은 뒤 8월 말까지 보직을 받은 223명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33명 중 30명이 산하기관에 자리를 틀었다.

기관별로는 국립대 총무과 등에 21명, 국립과학관 2명, 학술원사무국과 교육과학기술연수원 등에 7명이 배치됐다.

국토해양부의 경우 재교육 후 발령이 난 90명 중 69명은 원래 있던 직위와 보직에 재배치됐다.

측량과 관련한 법령을 맡던 국토지리정보원의 서기관이 4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 교육을 받은 뒤 원대 복귀했고 해양조사 업무를 하던 국립해양조사원의 사무관이 5월부터 두 달간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원래 자리에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부처 통폐합 때 해당 부서의 인원이 넘쳐 다른 부처나 부서로 배치하기 위해 재교육까지 받았지만 기존 보직에 다시 임용된 것이다.

국토부 측은 “직무능력 부족으로 재교육 대상에 선정됐지만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고 교육 기간 중 기존 부서에 여유가 생겨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직무전환이나 역량강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의 5월 ‘정책관리역량 향상과정’에 따르면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에는 중국어와 영어, 인성관리 수업, 오후에는 교양과목과 체육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교양과목에는 ‘잘 되는 리더들의 삶과 레저’ ‘지혜로운 삶이 아름답다’ 등 역량 강화와 상관없는 주제가 대부분이다.

또 체육활동에는 단전호흡, 헬스 등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금요일에는 특별한 수업 없이 현장탐방, 자료수집 활동을 한다.

김 의원은 “프로그램만 보면 2∼3개월간의 재교육이 사실상 휴가나 다름없다”며 “현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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