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兄통' 이어 이번엔 '만사 洪통'?

  • 입력 2008년 6월 26일 16시 13분


한나라 홍준표 원내대표, 정국현안 주도 '新실세 급부상'

여의도 정가와 여권 일각에서는 ´만사홍(洪)통´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빗대 모든 게 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뜻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신조어가 유행하자 '형'을 '홍'으로 바꾼 말이다.

즉 '만사홍(洪)통'은 거침없는 언변과 유연한 정세분석으로 사실상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역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데일리안'은 '만사홍통 홍준표, 전대이후에도 순항?'이란 제목 아래 "홍 원내대표가 개국공신의 부재 속 각종 정국 현안을 컨트롤하며 신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안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악화로 집권여당의 역할론이 증대되면서 당 지도부의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홍 원내대표는 최근 러닝메이트인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더불어 여권의 주요정책들을 주도하거나 직접 발표하며 ´신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권의 권력지형 중심에 홍 원내대표 등이 서게 된 것은 새 지도부 교체시기 강재섭 대표 등의 임기가 불과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실상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외국행과 이상득 전 부의장의 2선 퇴진론 논란, 정두언 의원의 잠행 등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개국공신이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

데일리안의 보도 내용을 통해 홍 원내대표가 당정청 관계 속 중심에 서서 각종 정국 현안을 컨트롤 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본다.

청와대 2기 대통령실을 맡은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도 23일 정당 대표들을 예방한 뒤 곧바로 홍 원내대표 방을 찾아 임 의장과 함께 정국 운영방향을 논의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수입위생조건(고시) 관보게재를 앞두고 야당은 선전포고라며 극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홍 원내대표는 23일 "쇠고기 고시는 이번 주 안에 발표돼야 한다"고 운을 띄운데 이어 25일 고위당정회의에서 "고시게재를 두고 자꾸 강행이라고 하지만 나는 순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시를 늦추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홍 원내대표는 '고시강행'이라는 단어자체에 대해서도 "오늘부터는 강행이라고 안 쓰고 순행이라는 말을 써주면 좋겠다"며 "정상적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나 임 의장은 쇠고기 정국을 거치면서 "앞으로 모든 정책은 당이 주도하겠다"고 선언했고, "정부에 대해 거수기 노릇은 하지 않겠다"거나 "사후통제 기능을 강화해 정부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바로 잡겠다"고 감시자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정몽준·허태열·공성진 등 한승수 총리를 포함한 전면개각 및 거국내각 구성을 주장하는 차기 지도부 도전자들과도 한바탕했다.

홍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총리 포함 전면 쇄신' '조각 수준 전면 개편' 등의 얘기를 득표 수단으로 거론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인사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당권주자들이 "거국 내각이란 기분이 들게 인사를 해야 한다(정몽준)", "내각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허태열)"고 주장한데 대해 이 같이 말하면서 "자기들이 대통령이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가 개원하지 않은 상황과 총리 교체로 인한 국정공백을 우려하면서 한 총리 유임설에 무게를 실었으며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어제 오늘 KBS와 동아일보 여론조사를 봐도 소폭 쇄신 여론이 50%를 넘는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소폭(소주폭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촛불이 다소 잠잠해 지는 시기, 청와대 내부 기류가 한 총리의 유임 등 소폭개각 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 원내대표는 "자꾸 (내각 개편 수준을) 대폭으로 몰고 가면 정부·여당으로서 부담스럽다"고 강조, 사실상 이 대통령의 부담도 덜어주고 잇는 것.

그러나 그의 '거침없는 하이킥'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 당장 당권 주자들은 "자기들이 대통령이냐"는 그의 노골적 공격에 "선거국면에서 원내대표가 특정인을 거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거나 "우리가 못할 말을 한 것이냐"라며 반발하고 있고, 당내 역학관계 속에 누가 당권을 쥐느냐에 따라 역풍을 맞을 우려도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에 이은 내각 정비, 당 새 지도부의 출범 등 터닝포인트를 잡을 정치 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당정청이 안정된 이후 주류 다툼 속에 홍 원내대표가 지금의 입지를 확고히 할지 주목된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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