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화합 급해”…속도내는 친박 복당

  • 입력 2008년 6월 2일 20시 52분


친(親)박근혜 성향 의원들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2일 오전 회의를 열어 "당 화합을 위해 한나라당 입당이나 복당을 원하는 의원들에게 최대한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선언적 일괄복당 방침을 확정했다.

최고위원회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뒤 18대 총선에 당선된 경우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즉시 복당시키고, 그 외 친박연대나 순수 무소속 의원이 입당이나 복당을 원할 경우 당헌 당규에 따라 해당(害黨)행위 정도와 도덕성을 심사해 가부 결정을 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중 중앙당에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복당과 입당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고위원회의 이날 결정은 "5월말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한 박근혜 전 대표의 요청을 최대한 수용한 것으로, '15일까지 복당 대상과 시기를 결론짓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양보해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이런 방침을 설명했다.

선언적으로는 일괄복당이지만, 도덕성을 심사할 경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와 양정례 김노식 의원은 제외될 수 있어 '순차적 선별복당'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등 당 안팎 친박 의원 24명과 만나 당 최고위원회 결정에 대해 논의했다.

박 전 대표는 모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일괄복당이라고 당이 큰 틀로 이야기 했는데 지금까지 불신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실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겠느냐는 의견을 나눴다"며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저한테 다 맡겨서 결정에 행동 통일을 하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당 내 (친박)인사들과 충분히 논의를 해서 결정하겠다"며 "지금 여러 가지로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은데 이제 더 이상 복당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결정은)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 심사위 결정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의 모든 결정이 어찌 되느냐는 국민이 지켜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친박 무소속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심사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폐쇄적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친박 의원은 "이 대통령과 당이 성의를 보였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당 내 중진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당의 결정을 일괄복당으로 해석하고 있다. 큰 틀에서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다만 심사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2의 공천심사위원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박연대 서 대표는 모임 직후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친박연대의 한 당직자는 "정당이 입당 신청자를 대상으로 꼬치꼬치 캐묻는 심사를 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현역의원들을 그런 식으로 입당시키겠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며 자존심을 짓밟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7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거는 뭐…"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의 측근들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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