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사무총장 사퇴-사립대 논술 영어지문 취소…靑 입김說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사퇴와 사립대의 논술 영어지문 출제 취소 등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시 업무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대교협으로 이양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자율 협의체인 대교협 사무총장 인선 등에 간여한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자율화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대교협은 김영식 사무총장이 26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것은 특정 인사를 앉히기 위한 청와대의 압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3월부터 여러 경로로 사무총장 퇴진 압박이 있었지만 김 총장이 ‘대입 자율화의 상징성이 무너진다’며 거부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김 총장이 버티면 청와대와의 사이에서 교과부 후배들이 난감하게 된다’는 언질이 여기저기서 들어와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과부 주변에선 김 총장이 참여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냈고 이때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뤄졌다는 점 등이 결격 사유로 거론되고 있다. 당시 법개정은 정부입법이 아니라 의원입법이었다.

청와대의 관련 인사는 “교수도 대교협 사무총장을 할 수 있게 정관을 바꿔야 한다. 입학처장 출신 교수가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지금 전 부처 차원에서 산하기관장 인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러나 우리는 대교협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21일 “2009학년도 모의논술과 수시논술에서 제시문 12개 중 1개를 영어로 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25일 실시된 모의 논술에서 영어 제시문을 내지 않았다.

복수의 입시 관계자들은 “경희대가 영어 논술을 낼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간 다음 날 청와대 관계자가 경희대에 영어 지문을 내면 안 된다고 해 문제를 급히 수정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여러 단체의 우려 때문에 긴급회의를 열어 결정한 것”이라며 청와대 관련설을 부인했고, 청와대도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교협이 6월 말까지 2009학년도 대입전형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에 자율성 침해논란이 일면서 대학에서는 “정부가 바뀌어도 관치가 여전하다”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생길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현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교과부의 엇박자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새 정부 최대 고등교육지원 사업인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이 청와대 주도로 추진됐으나 대학들의 불만이 나오면서 사업 내용을 수정하느라 모든 일정이 한 달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교과부 간부들의 모교·자녀학교 방문 파문에서도 제대로 협조가 안 돼 결과적으로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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