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정부는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는 법안 54개 중 50개의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부 추진 법안 52개 중 13개의 법안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주로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은 여론을 더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중하게 처리하거나 보완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한정된 예산을 안배해야 하는 정부와 국민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당의 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부가 제동 건 한나라당 추진 법안=한나라당은 현재 소위에 계류 중인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150 이하 중증장애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중증장애인 기초연금법’ 재정을 4월 임시국회 때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다른 사회보장제도에 비해 급여 대상자와 지급액이 과도하고 재원 조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식경제부는 시도지사가 지방투자촉진단지를 지정하고 이 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국세 및 지방세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지방투자촉진 특별법’ 제정안, 국가보훈처는 1945년 8월 14일 이전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손자녀에 한해서 지원했던 현행법을 사망시기와 상관없이 지원하도록 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과도한 재정 부담을 우려해 반대했다.
금융위원회가 업종별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의 원가 명세 표준안을 작성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대해 금융위는 “민간기업의 원가를 법제화해 일률 적용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한 제약이다”며 반대했다.
▽한나라당이 난색 표한 정부 추진 법안=법무부가 추진하는 수형자 및 피의자의 유전자 감식정보를 수집하는 내용의 ‘유전자 감식 정보의 수집·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고, 유전자 정보의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보완 추진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12개 특정범죄에 한정되고 미국, 영국에 비해 범위가 좁아 오남용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다.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공공·금융기관까지 확대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개인정보의 유출과 오남용이 우려된다며 신중 검토를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 유출과 오남용자 처벌 규정에 대해 관리·감독 근거를 마련해 문제없다는 의견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를 지정하는 등 생명연구에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생명연구 자원의 확보·관리 법률’ 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종교단체와 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정부 법안반대 이유
‘낙하산 인사’ 방지 법안- 재정부 “적임자 선임 저해”
식품사고 처벌강화 법안- 복지부 “처벌형량 지나쳐”
당정 협의가 진행 중인 법안에 대한 정부의 의견에는 부처 이기주의가 짙게 배어 있는 반대 논리도 눈에 띈다.
기획재정부는 한나라당이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박재완 의원 제안)에 대해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냈다.
개정안에는 일정 분야 재직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업무 연관성이 높은 공공기관 감사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새로 포함됐다. 또 감사의 세부 자격 요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년 이내 취업 금지에 대해 “특정직군 배제가 오히려 최적임자 선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세부 자격 요건 신설에 대해서도 “자격 제한은 최적임자 선임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며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은 퇴직 공무원의 산하 기관 취업이 많은 대표적인 부처다.
행정안전부는 취재원에 대한 접근 보장과 취재 공간 제공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정병국 의원)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새 정부 출범 후 부처별 기자실 복원으로 제안 이유가 해결되어 별도 입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언론사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모든 공공기관에 취재공간을 의무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냈다.
취업 때 병역의무를 마친 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군 가산점제가 포함된 ‘병역법 개정안’(고조흥 의원)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여성부의 의견이 대립했다. 국방부는 찬성 의견을 제출한 반면 여성부는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사안이고, 법률이 통과되면 여성·장애인단체 등이 위헌 소송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근절되지 않는 식품 사고에 대해 최소 형량을 정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강화한 ‘식품위생법 개정안’(문희 의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처벌 형량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며 사실상 반대했다. 다만 고의적 식품위해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방안을 담아 추진 중인 정부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