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개방 하더라도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

  • 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 李대통령 기자간담회

“北 핵 있어야 서바이벌 한다는 생각 버려야

회담서 MD등 거론 안된 건 한국언론 덕분

부시, 만찬때 내손 잡고 기도하자 하더라”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 중이던 21일 숙소인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수행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방일에 앞선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뒷얘기 등을 소개했다.

▽“쇠고기 개방해도 선택은 민간 소비자가 하는 것”=방미 중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없더라도 했어야 할 문제였고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것(뿐)이다. 일찍 하면 관련 없었을 것인데 미루다 이렇게 됐다”면서 “우리가 양보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정치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도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고 있다. (쇠고기 협상 타결로)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게 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국 쇠고기를) 강제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양보했다, 안 했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협상만 하고 오픈(개방)한 뒤 선택(구매 여부)은 민간인 소비자, 수입업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의 양국 의회 비준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력하고 있고, 올해 안에 (비준)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대선 이후 전망에 관해서도 “(FTA 반대 견해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도 국익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 만날 생각 없어”=이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 주민을 굶기고 하는 지도자를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잘 되면 그렇지만 잘 안 되면 만날 수 없으며, (북-미 간) 평화협정도 그렇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이 핵을 갖고 있어야 힘을 갖고 서바이벌(생존)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핵을 포기하는 게 서바이벌 게임에서 이기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한국 언론 덕 봤다”=이 대통령은 또 “한미 정상회담에 가기 전에 한국 언론 덕을 본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성 사설 같은 게 도움 됐는지, 미사일방어(MD)체제 가입,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의 문제가 공석 사석의 어젠다(의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 도착 후 골프 카트를 부시 대통령이 몰게 돼 있었으나 내가 즉석 제안해 운전을 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반기며 운전대를 넘겨줬고, 1시간 40분 동안 카트를 타고 캠프를 돌며 분위기가 익자 ‘이 대통령이 힘들어하거나 한국 처지에서 어려운 것은 이야기하지 말자’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만찬 때 부시 대통령이 ‘내 손을 잡고 기도하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긴장돼서인지 더 건강해진다”면서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대북 협상 다닐 때 내가 ‘북한과 협상할 때 밤낮이 바뀔 텐데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 (상대방이) 달려든다. 프레시한(생기 있는) 얼굴로 대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도쿄=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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