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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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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전대로 黨분란 차단 나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0일 ‘차기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경선관리자 역할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 취임 3개월 만이다.
스스로 ‘잘못 마시면 죽을 수 있는 독배(毒杯)’라고 비유했던 대표직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고, 이후 평당원으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 하겠다”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당 대표로서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고, 전당대회 준비에 더 나은 방식이 있으면 기꺼이 책임(대표직)을 벗을 자세가 돼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 대표는 전날 밤 이런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아침 당사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발표문 초안을 막판까지 고치느라 회견문을 출력하지 못한 채 노트북 화면에 띄워놓은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불출마 결심은 ‘한나라당 153석-민주당 81석’이라는 완패도 승리도 아닌 어정쩡한 선거결과가 초래할 수 있는 책임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손 대표 측은 “대표 취임 때부터 총선을 치른 뒤에는 당권 도전 없이 야인으로 돌아감으로써 원 포인트 구원투수의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밝혀왔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4·9총선은 민주당의 패배가 아니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또 자신을, 추가실점을 막은 것은 물론 상대팀과의 점수차도 좁혀놓은 ‘성공한 구원투수’로 묘사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총선 기간에) 100석 개헌저지선을 달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는 걸 잘 알지 않았느냐. 또 (81석이면)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격려해 준 것이다”라는 말도 했다.
손 대표는 5월 말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중립적 관리자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총선 후 3개월 이내’에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합의했으나, 18대 국회가 시작하는 6월 1일 이전인 5월 말에 당 대표를 뽑을 개연성이 높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현재로선 아무런 구상이 없다”면서도 지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했던 100일간의 ‘국민 대장정’과 비슷한 민생현장 방문이 자주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또 책을 읽고 토론하며 생각을 살찌우는 재충전도 계획되고 있다고 했다.
참모들은 손 대표에게 “1년 뒤쯤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라는 유혹이야말로 진짜 독배”라며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선거가 아니라면 손 대표가 정치일선에 참여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