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총선…“명함외엔 안됩니다” 단호한 옐로카드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불법 어림없다” 암행감찰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명선거 암행감찰단’이 28일 시장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후보자를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어림없다” 암행감찰
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명선거 암행감찰단’이 28일 시장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후보자를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A후보 측 운동원들이 공장 직원들에게 이상한 팸플릿을 나눠 주고 있답니다.”

28일 낮 12시 20분. 경남 창원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제보 전화가 울렸다. 선거부정감시단 박성욱(40·사진) 기동팀장은 카메라와 수첩을 챙겨 승합차에 올랐다. 동료 감시단원 2명과 함께 4분 만에 도착한 곳은 웅남동 효성중공업 제1공장 구내식당 앞.

A후보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근로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선거사무소 직원 3명이 손바닥만 한 홍보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다. 박 팀장은 운동원들에게 달려가 “선거법 93조에 따라 명함 이외에 유인물은 배포할 수 없다”며 팸플릿을 통째로 압수했다.

한 운동원이 “지난 총선 때는 문제 삼지 않더니 왜 지금은 문제가 된단 말이냐”고 항의하자 박 팀장은 “후보 등록 때 이미 여러 차례 공지했던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박 팀장은 A후보 측 선거본부장에게 소환일정을 알린 뒤 또 다른 신고 전화를 받고 봉림동 사무소로 황급히 이동했다.

2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선관위의 불법선거 감시도 활발해지고 있다.

박 팀장은 “단속 건수는 준 듯하다. 얼핏 선거가 깨끗해진 것 같지만 전문 브로커들이 늘면서 선거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권자에 대한 향응 제공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는 것. 모임을 주선해 식사 대접을 하다가도 단속반이 오면 식탁 밑에서 모금함을 꺼내 식사비를 갹출하는 시늉을 하는 식이다. 운동원들의 회식은 한꺼번에 하지 않고 여러 식당으로 분산돼 서너 명 단위로 식사를 하는 방식으로 경계의 시선을 피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불법 선거현장 적발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달 경남 창녕군 총선 예비후보자 음식물 접대 사건 때 박 팀장은 여성 단속반원과 부부 손님을 가장해 제보 받은 고깃집에 들어갔다. 박 팀장 일행은 불법 향응 자리가 파할 때까지 세 시간가량 머물며 참석자 40여 명의 얼굴을 익혔다. 동료들은 증거 확보를 위해 식당 밖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번호판을 모두 촬영했다. 선거운동원 대표가 음식값을 계산하고 나가자 박 팀장은 곧바로 영수증을 확보했다. 이튿날 단속반원 40여 명이 동원돼 참가자 신원 및 사건 당일 소재 파악을 마쳤고 그날 오후 주동자를 검거했다.

창원선관위 김정규 지도계장은 “단속 사실이 알려지면 관련자들이 금세 입을 맞추기 때문에 기민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처벌을 위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창원=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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