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 1차 공천자 62명 발표 또 연기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2분


“명단만 달랑… 뭘 보고 심의하나”

“단수신청 현역 대부분 포함돼 개혁의지 미흡”

‘호남지역 공천자까지 일괄발표’ 주장 힘얻어

7일로 예정됐던 통합민주당의 1차 공천자 명단 발표가 또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박재승)가 제출한 공천자 명단 심의에 들어갔으나 ‘자료 부실’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민주당은 자료 추가 제출 이후 최고위를 열어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발표 형식을 놓고 최고위원 간의 의견 차가 커 언제 발표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고위 심의 보류=공심위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 수도권 단수 신청 지역을 중심으로 1차 공천자 62명과 보류 9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유종필 당 대변인은 “최고위에서 2시간여에 걸쳐 논의한 결과 공심위 심사 결과 자료가 미비해 보완 자료를 받은 후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자료에 공천자 이름과 지역구만 표기돼 평가 결과를 제대로 심의할 수 없었다. 보류자 9명도 보류 이유조차 명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는 공심위가 평가 근거를 명시하지 않고 명단을 제출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인태 최고위원은 “공심위가 달랑 지역과 이름만 있는 자료를 보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면서 “최고위원회 검토가 사실상 2차 공천심사인데 현역의원 여론조사 결과 자료는 박재승 위원장만 봤고 나머지 공심위원은 보지도 못했다. (최고위가) 고무도장이냐”고 말했다. 강금실 최고위원도 “판단 자료가 없어서 명단 자체에 대해서는 논의도 하지 못했다”며 공심위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대변인은 ‘명단 제출 시 평가 결과 첨부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이유는 모른다. 손학규 대표가 브리핑하라고 해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6일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와의 사전 회동에서도 명단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열린우리당’ 논란=이날 회의에서는 발표 형식을 놓고도 공방이 계속됐다.

1차 발표 대상 62명 중 단수로 신청한 현역 의원 대부분이 공천을 받게 되면서 ‘국민에게 쇄신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는 지적이 인 것. 이 때문에 대대적인 현역 의원 물갈이가 이뤄지는 호남 지역 일부 공천자 또는 비호남 경합 지역까지 포함해서 일괄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표는 “단수 신청지역이라고 무조건 공천해야 하는지, 아니면 쇄신 공천으로 보이도록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검토해야 한다”면서 “단수 지역이라 해도 부적절한 경우에는 시간이 촉박해도 추가 모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 후보자가 선거 준비를 하려면 빨리 명단을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신계륜 사무총장, 김민석 최고위원 등 탈락자 11명이 지도부에 있는 상황에서 1차 공천자를 발표하면 마치 최고위원회가 신 총장 등에 대한 탈락을 기정사실화하고 공천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이 문제도 오늘 발표를 연기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내 조사에서 D등급을 받은 현역 의원 1명이 공천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를 배제해야 하는지도 논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김홍업 재심 요청

한편 공천 심사에서 배제된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홍업 의원은 이날 공심위에 재심을 요청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박 위원장과의 공개 토론을 제안했으며 신 총장은 개인적으로는 억울하지만 큰 틀에서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자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비리 탈락자 구제공천 없다”

朴공심위장, 비례대표-전략공천 가능성 차단

“정치불신 자초한 막말 의원들에게도 불이익”▼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7일 개인비리 선거부정 정치비방 등의 이유로 공천심사에서 탈락하는 정치인을 전략공천 또는 비례대표 추천 방식으로 구제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전화인터뷰에서 “국민의 마음이 최고의 가치”라며 “(구제 공천은) 이미 적용한 기준에 맞지 않는 일로, 상식상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 위원장의 견해가 절대적일 수는 없지만, 박 위원장은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심사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구제 공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는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가 추천하더라도 구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눈에는 다 똑같이 보이는데 특정인만 구제할 수 없다”며 “(비리 정치인 배제) 기준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의 무리한 사면권 행사도 비판했다. 그는 “선량한 국민은 구멍가게에서 우유 하나 훔쳐 먹어도 몇 년씩 징역을 살고, 사면도 못 받고, 어떤 공직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며 “과거 대통령들이 사면을 남발하는 바람에 정치인들이 수백억, 수천억 (수수)해도 사면받은 뒤 선거에서 당선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마음은 그 과정에 상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막말 정치인’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말을 막 거침없이 하는 국회의원이 많은 것이 정치 불신의 원인이면서 정치인 스스로를 깎아먹는 일”이라며 “커가는 아이들이 어떻게 보겠느냐. (공천) 배제까지는 몰라도 불이익은 주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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