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105명은 26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40여 분 동안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음악감독 로린 마젤 씨의 지휘로 북한 청중 앞에서 연주를 펼쳤다.
참석 여부로 관심을 끌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남북한에서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CNN을 비롯한 해외 방송사들도 공연 실황을 동시 중계했다.
뉴욕 필은 이날 무대 좌우에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걸린 가운데 공연 메인 프로그램으로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중 3막 전주곡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등 세 곡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차분하면서도 열정이 담긴 갈채로 연주에 화답했다. 메인 프로그램에 앞서 뉴욕 필은 북한 국가와 미국 국가를 연달아 연주했다. 북한 정권 통치 아래의 평양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휘자 마젤 씨는 공연 중간 중간 연주할 작품의 유래와 의미를 영어로 설명했으며 북한 측 통역이 이를 관객에게 한국어로 전달했다. 마젤 씨는 직접 한국어로 “좋은 시간 되세요” “즐겁게, 즐겁게 감상하세요”라고 말해 관객의 웃음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연주가 끝난 뒤 단원들이 퇴장하는 가운데도 기립박수로 열렬한 감동을 표현했다. 이날 공연에는 북측에선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이근 외무성 북미국장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등이 공연을 관람했다.
한편 AFP통신은 ‘북한은 충격을 초대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번 공연에 의미를 부여했다.
평양=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페리 “부시 임기중 북핵 매듭” 美측 메시지 전달▼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평양공연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일행이 2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북핵 협상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
페리 전 장관과 함께 김 부상을 만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페리 전 장관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기간에 핵협상을 마무리짓는 게 바람직하다’는 라이스 장관의 메시지를 전했다”며 “김 부상은 진지하게 이를 경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