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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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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씨 보다 김중수씨가 날 잘 알수도…
로비 좋아하는 사람들 앞으로 고민될 것
내각 -靑수석 6개월~1년마다 업무 평가
영어정책 비판있다고 주춤거리면 안돼”
15바퀴 조깅… 李당선인 “트랙 안쪽으로 돌면 안되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수석비서관 내정자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단은 16일부터 1박 2일간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워크숍을 열고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행동 원칙 등을 가다듬었다.
당초 이 당선인 측은 국무위원 내정자들도 참석시키려 했으나 통합민주당과의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협상 타결 후 이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별도로 열기로 했다.
○“변화, 미래 지향의 국정 운영할 것”
이 당선인은 16일 워크숍 인사말에서 변화와 혁신, 미래 지향이라는 국정운영 기조를 제시했다.
그는 “회의 때 메모한다고 해서 가까이 가 보면 낙서를 하고 여자 얼굴 그리고 있더라”면서 “이렇게 해선 변화가 안 된다. 부인이 ‘이 사람 많이 바뀌었네’라고 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지르는 과오는 ‘제가 늘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1970년대 이명박 사장, 80년대 이명박 회장, 90년대 정치인, 2000년대 서울시장 등의 인생을 살면서 늘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 때 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인연을 맺고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한) 강만수 씨가 나를 잘 아는 것 같아도 잘 모른다. 오히려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내정됐지만 이전에 인연이 없는) 김중수 씨는 더 정확히 알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새 정부 ‘경제팀’의 견제와 균형을 은연중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어 그는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과거는 참고할 뿐이며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또 “청와대 모습이 바뀌는 것 자체가 개혁”이라며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라면 공직자들이 ‘청와대가 저렇구나’라며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고, 그 자체가 변화”라고 역설했다.
그는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은) 앞으로 사생활이 없을 것이다. 퇴근하고 나서 술 한잔 먹고 그런 것이 없을 것이다. 로비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고민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공직자의 근신과 헌신도 주문했다.
일부 정책으로 예상되는 반발에 대해 이 당선인은 “비판이 있다고 주춤거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영어 공부를 해야 살아 갈 수 있다는 복잡한 얘기를 하면 당장 지지를 못 받을 수 있다”는 말로 강한 추진력 발휘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 당선인은 “내각도, 수석도 앞으로 정기적으로 6개월이든 1년이든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공직사회에서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부족하다”며 정부 부처 간 ‘장벽 허물기’를 주문했다.
워크숍에는 공식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 외에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내정된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가 ‘청와대 살림을 책임질 사람’ 자격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승수 총리 후보자와 러브 샷
이 당선인은 첫날인 16일 분과위별 토론회에 일일이 참석한 뒤 오후 11시부터 구내식당에서 열린 ‘음주 단합대회’에서 두부김치 등을 안주로 참모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한 참석자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렸고 이 당선인도 강권에 따라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러브 샷’을 했다.
둘째 날인 17일에는 기상 직후인 오전 7시부터 50여 분간 수석비서관 내정자들과 함께 해 뜨기 전 연수원 내 대운동장의 육상트랙(350m)을 15바퀴 도는 ‘극기 조깅’을 하며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은 미처 조깅복을 준비하지 못해 구두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달리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트랙 안쪽으로 달리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돌면 제대로 하는 게 아니지”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고령인 한승수(72) 국무총리 후보자는 거뜬히 완주해 젊은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일부 수석비서관 내정자는 워크숍이 끝난 직후에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로 불려 나가 이 당선인이 주재하는 또 다른 회의에 참석하는 등 주말 내내 휴식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사회적 약자가 성장 혜택 받게 정책 추진▼
■ ‘새정부 100일 로드맵’ 보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및 대통령수석비서관 합동워크숍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00일 내에 우선 추진할 과제를 담은 ‘새 정부 100일 로드맵’도 보고됐다.
맹형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워크숍 인사말에서 “로드맵에는 새 정부 출범 후 18대 국회 구성 이전까지 추진할 과제를 분야별로 담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 완화,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공장 설립 관련 규제와 금산 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 변화 및 에너지 문제는 ‘국가적 어젠다’로 상정해 이와 관련된 신(新)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워크숍에서는 또 현 정부 5년간 연평균 4.2%의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부담 증가 등으로 서민들의 실질 소득이 사실상 감소됐다고 보고 서민 살림살이 회복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이 당선인은 “수출에 의존한 성장이다 보니 (그 과실이) 내수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사회적 약자들이 성장의 혜택을 받는 쪽으로 거시경제 정책의 목표를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숍에서는 이와 함께 △청와대 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태스크포스(TF)’ 설치 △효과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 신용평가기관, 은행연합회 등의 관련 정보 통합 관리 △‘숭례문 복원 계획 수립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정책 집행 방안도 마련됐다.
한편 이 당선인은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관련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이 좋으며 (미국과의) 현안인 쇠고기 문제도 현 정부가 합의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