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2월 31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건교부 기능 나눠 슬림화 필요
첫째, 부처 단위로만 통폐합을 검토하는 경우 한 부처에 속한 업무가 서로 이질적이어서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할 정도로 잘못 배치된 기존 조직의 오류를 시정할 수 없다. 한 부처가 관할하는 업무 중 이질적인 업무를 기능별로 재분류하지 않으면 개편 후에도 업무분류상의 오류는 계속된다.
둘째, 서비스 산업을 향한 발전방향이나 선진국의 행정조직과 비교할 때 가장 시급한 교통행정체제의 선진화 문제를 등한시한다. 선진국이 과거에 한발 앞서 구축해 놓은 효율적인 교통기반시설에 비해 국내의 취약한 교통체계는 국가경쟁력 약화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 지 오래이다.
새 정부가 구상하는 정부조직 개편방향에 추가해야 할 콘텐츠의 하나로 교통정책행정체제의 확립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와 같이 어정쩡한 건설교통 행정체제로는 선진입국에 필수적인 교통의 선진화를 도저히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류중심 국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국가교통체계의 선진화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교통행정을 개선할 목적으로 정부는 1994년 건설 부문과 도로를 주관한 건설부와 철도 해운 항만 항공을 관장한 교통부를 통합했으나 조직개편 과정에서 해운 항만 부문이 해양수산부로 분리되는 바람에 건설교통부는 반쪽 통합에 그쳤다.
한국이 선진국보다 훨씬 비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갖추게 된 데는 철도시대를 놓치고 자동차시대에 맞춰 출범한 건설부를 위주로 교통행정의 역사가 시작된 데에도 원인이 있다. 선진국이 교통을 수단이나 시설로 나눠서 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나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행정조직을 구성하는 이유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철도성에서 발전한 운수성이 건설성을 통합하는 형식으로 출범해 서구와 같이 통합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교통정책행정의 전통을 확립했다. 한국의 건설교통부는 자동차시대에서 사회적 비중이 높은 건설과 도로 부문을 주관하는 건설부가 교통행정을 부분적으로 통합하는 모양이어서 교통행정의 정체성마저 약화됐다.
선진국은 교통부가 독립부처로서 확고히 교통정책행정을 수행해 경제사회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 자원빈국인 한국은 국가에너지 사용량 중 교통 부문의 소비가 21%를 상회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다. 또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이 국민의 건강을 저해해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교통행정체제를 선진화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교통정책행정을 선진화하는 방안은 다음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민간부문 이양할 건 과감하게
우선 타 부처에 분산된 교통 관련 중요 기능을 통합해 교통정책행정기능을 명실상부하게 복원해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의 예를 볼 때 경찰청에 분산된 자동차 교통 관련 행정은 하루속히 교통부처에 이관시키고 해양수산부의 해운 항만 관련 업무도 통합해야 한다.
또 비대한 건설교통부 업무 중에서 행정의 합리성과 효율 향상을 위해 민간 부문에 과감히 이양할 부문과 다른 경제부처로 이관할 부문을 구분해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이 행정기능의 콘텐츠를 무시하고 과거와 같은 발상으로 형식논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임강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