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또 미사일 실험…新냉전 오나

  • 입력 2007년 12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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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4번째 발사 성공… 美MD에 포착안돼

석유수출땐 무기 끼워팔아 대외 영향력 확대

러시아가 잇달아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해 구 소련 해체 이후 군사적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 7위의 산유국인 러시아는 또 ‘석유 공급을 대가로 무기를 판매’하는 고도의 상술을 통해 커다란 무기 판매 수익을 올려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을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경제·군사적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외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대내적으로는 총선 승리 등 집권 기반을 굳히고 있다.

○ 잇단 미사일 발사 성공

러시아는 25일 신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1991년 구 소련 해체 이후 올해 5월에 처음 ICBM 발사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4번째다.

러시아 전략미사일부대의 알렉산드르 보브크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신형 다탄두탄도미사일(RS-24)을 모스크바 플레세츠크 우주선 발사기지에서 시험 발사해 7000km가량 떨어진 극동 캄차카 반도의 쿠라 실험장의 목표물들을 정확하게 맞혔다고 밝혔다.

이날 발사한 RS-24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포착되지 않도록 고안됐으며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1만 km를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 관계자는 “RS-24 미사일 추가 보유는 MD를 극복하고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강화해 전략미사일부대의 전투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올해 들어 5월 이후에만 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6차례나 시험 발사해 성공시킴에 따라 미국 등 서방과의 사이에 ‘신(新)냉전 체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러시아는 8월부터는 1992년 이후 중단했던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러시아 영토 밖 정찰비행도 재개해 미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 석유 공급과 무기 수출을 패키지로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때는 국방부 관리와 무기 수출 전문가도 여러 명 동반했다. 당시 외교가에선 이 같은 국방부 관리 동반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 무기를 구입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가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2005년 러시아가 수출한 무기의 45%를 사들이는 등 러시아의 최대 고객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도 중국은 러시아에서 예년보다 10억 달러가량 많은 3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의 무기 구매에 대해 러시아는 지난해 중국에 수출하는 석유 물량을 30% 이상 늘려 ‘답례’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에서 무기 구매를 늘리는 것은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석유를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가 석유 수출과 무기 판매를 연계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초반 중국과 러시아의 분위기가 매우 우호적이었으나 올해 들어 조금 시들해진 것은 중국이 러시아가 원하는 만큼 무기 구매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스크바의 한 전문가도 “러시아가 무기와 석유의 동시 수출을 대외 정책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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