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자 ‘숨가쁜 첫날’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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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벤츠 마다하고 승합차 이용해

아침은 사무실서 샌드위치-커피로

“좋은 아침이고요, 늘 감사드립니다.”

오전 7시 48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나섰다. 자택 앞에는 오전 6시부터 모여든 100여 명의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전날 밤부터 소총을 든 경찰특공대 두 명이 대문 앞을 지켰다.

이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풀지 않았던 파란색 머플러 대신 회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 모습이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신의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로 향했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방탄용 벤츠 자동차를 대기시켰으나 당선자가 “그냥 타던 것 타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자는 이날 평소처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자택을 찾은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비서실부실장, 정두언 의원, 나경원 대변인 등과 기자회견문 내용 등을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8시 당선자는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 헌화하고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당선자 도착 10분 전부터 현충원 정문을 통제하고 휴대전화 전파를 비롯한 모든 무선 전파가 차단되는 등 대통령 수준의 경호가 이뤄졌다.

이 당선자는 이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안국포럼 11층 개인사무실로 가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한 뒤 기자회견문을 검토했다. 그는 오전 9시에 노무현 대통령과 5분 정도 통화를 했다.

오전 11시에는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통령 당선증을 전달받았다. 1000여 명의 선대위 관계자들과 당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10년 만의 정권 교체를 자축했다.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행동으로 ‘차떼기당’이란 이름을 벗어던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 “한나라당을 함께했던 후보가 ‘한나라당이 사이비’라고 할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속상했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강재섭 대표는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해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전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1시 반부터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와 만난 이 당선자는 이후 ‘비공개 일정’으로 경기 이천시의 선영을 찾았다. 이상득 부의장과 부인 김윤옥 여사도 함께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국포럼 사무실로 돌아와 오후 9시 45분경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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