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컴퓨터-서류 美로 빼돌려 2t 분량중 10㎏ 문서만 선별한듯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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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카 김이 보낸 자료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가 김 씨의 변호인 사무실로 보낸 10kg의 자료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임시 창고에 보관 중이던 2t 분량의 자료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3월 8일 옵셔널벤처스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서 영업정지 명령을 받자 2001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김 씨는 이모(24) 대리에게서 “검찰이 회사 통장을 지급 정지했다”는 보고를 받게 됐다.

김 씨는 이 대리에게 국제 전화를 걸어 “나와 이보라(김 씨의 부인) 부장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미국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 대리는 즉각 경기 광주시에 있는 K택배사로 달려갔다. 영업정지 명령 직후 김 씨가 “소액주주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알려와 회사 금고와 모든 짐을 그곳에 옮겨놨기 때문.

당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외국인 명의 증권계좌, 송금 금액과 자금의 출처가 적힌 금전출납부, 증권 관련 장부, 송금표, 컴퓨터 등 1t 트럭 2대분의 짐을 항공우편으로 김 씨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검찰은 에리카 씨가 보내온 짐 가운데 김 씨가 미국에서 받았다는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컴퓨터의 기록이 원상 복구될 경우 자신의 문제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에리카 씨가 방대한 자료 중에서 10kg 정도의 서류만 보내온 것은 김 씨에게 유리하면서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는 불리한 자료만 선별했을 가능성도 있다.

2002년 검찰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김 씨가 자료를 미국으로 빼돌린 데 대해 “문서를 소각하는 것보다 양이 많더라도 모두 미국으로 가져가는 게 증거 인멸에 더 좋다고 생각했느냐”고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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