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이재오 “朴, 공동선대위장 맡아주길”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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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8일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할 테니 박근혜 전 대표도 이명박 대선후보를 도와 달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8일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할 테니 박근혜 전 대표도 이명박 대선후보를 도와 달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8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8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하겠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표님도 이명박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서 각급 필승결의대회에 흔쾌한 마음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8일 오전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통해 발표한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박 전 대표 측이 요구해 온 2선 후퇴를 받아들일 테니 이제 박 전 대표 측도 이 후보를 도와 달라고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재오가 당내 화합의 걸림돌이라고 하니 이제 스스로 걸림돌을 치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직은 물론 선대위 부위원장 직까지 던지겠다는 것.

또 그는 “제가 있어서 단 한 표라도 망설여진다면 저는 그 한 표를 위해 저 자신을 버리겠다”며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는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걸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권 교체의 험난한 길에 어찌 희생이 따르지 않겠느냐. 어찌 눈물이 흐르지 않겠느냐. 어찌 피 흘림이 없겠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성명을 대신 읽은 진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정국이 급변한 게 (결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며 “분분한 억측이 나올 것을 우려해 나에게 성명 발표를 맡겼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등 외부와의 연락을 사실상 끊은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작시 ‘겨울산행2’를 올려 심경을 내비쳤다. “…친구야 아까워하지 말게나, 정상은 아직 남았네. 짐이 되는 것은 산 아래 고이 놓아두고 가게나, 정상에 오르면 새로운 것이 많네…가을산행 끝나면 겨울산행 준비하겠네…”

‘정상에 오르면 새로운 것이 많네’ 등의 문구를 놓고 당내 일각에서는 “공개석상에서 물러나는 것일 뿐 막후 영향력은 여전할 것”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다시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촬영:이종승 기자

▼朴측 유승민 “당권장악 음모로 몰지 말라”▼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해 온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 유승민 의원은 8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이 ‘권력투쟁’ 운운한 것을 보면 사퇴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이 ‘권력투쟁 중단’을 요구했는데….

“박 전 대표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다. 이 최고위원이 우리를 향해 ‘권력투쟁에 골몰한다’고 했는데 그럼 본인이 권력투쟁에서 밀려났다는 말이냐. 그러면 사과는 왜 한 것이냐. 신당 창당 발언 같은 망언에 대해서도 전혀 뉘우치지 않을 것 같다.”

―이 후보 측이 박 전 대표에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의했다.

“과대망상의 극치다. 고문직을 맡는 것으로 오래전에 결론이 난 이야기다.”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도 요구하지 않았나.

“그 문제는 이 후보 측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특정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당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곡해되고 있다.”

―앞으로 당권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우리는 당 화합을 요구한 것인데 그것을 ‘당권 장악 음모’로 몰아가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권·당권 분리는 당헌에 명시돼 있다. 이 후보가 주고 박 전 대표가 받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른 추가 요구도 없는 것이냐.

“전혀 없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어떤 자리나 조건을 요구해 본 적이 없다. 우리도 이틀 전부터 어떤 사퇴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이 후보 지지 여부는….

“박 전 대표가 5일 ‘처음에 한 이야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더 할 말은 없다.”

―12일 대구경북 필승결의대회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하나.

“얼마 전 박 전 대표가 ‘어디는 가고 어디는 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는데, 그 생각에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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